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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화한 현대 「인플레」-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플레이션」현상은 이제 불가피한 범세계적 악성질환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인플레」가 이처럼 만연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다음은 외지에서 요약한 현대 「인플레」의 원인분석이다. 【편집자주】
「인플레」현상은 하나의 현대 병으로 고질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플레」에 관한 진단도 수없이 많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 학설의 교통정리나 새로운 이론의 정립이 아니고 현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의의를 되풀이 강조해 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자기규율상실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는 화폐가 가치척도로서 기능을 발휘하고 금으로 물량화 하는 규율이 있었던 것이다.
사회가 규율을 잃어버리면 말기증상이 나타난다. 지난 역사를 대충 돌이켜보면 대본주의 최성기 1백년간에 걸친 물가의 보합 기조와 최근 40년간의 상승기조가 극히 대조적이다.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확립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1백년간에도 물가는 하락을 계속했으나 장기적 보합기조위에서 진폭을 했었다.
경기과열로 물가 및 노임이 급탈하면 국제수지는 악화하여 금의 대외유출을 일으킨다. 중앙은행은 신용공여를 제한, 화폐공황을 발생시킨다.
여기에서 투자·도산·실업이 잇달아 물가 및 노임이 급락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자기규율의 전형이며 물가안정기조도 이것으로 유지됐던 것이다.
국제균형을 국내균형보다 우선시킨 국제금본위제의 구동조건은 바로 이것을 말했었다.
그러나 제1차 대전 후 세계 대공황, 제2차 대전을 거치는 40년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미국의 물가는 4배나 뛰는 등 다각도의 상승기조위에서 물가는 등락하고 있다.
「크리핑·인플레이션」폭을 넘는 물가방귀가 일상화하여 세계적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가보합 기조가 국제금본위제에 의했던 것과 같이 상승기조는 금폐화에 따른 것이다.
금폐화는 금융자본이 성립됐던 때부터 시작, 30년대의 대 공황시기에 금본위제는 재기불능이 되고 말았으며 이때부터 현대 「인플레」가 발단됐다. 금폐화의 원인은 금융자본성립에 따른 금융기구·시장구조·노사관계 등 각 분야에 걸친 연질과 금융자본을 근거로 한 전쟁·내란 등 정치적 동요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재정금융팽창을 전제로 해서 폐화된데 있다.
노동자계급세력이 강화되어 임금·노동시간·사회보장 등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또 한편으로는 실업을 회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자본이 이윤을 깎아서까지 이에 대처할 것은 아니므로 생산성제고를 빼놓고는 시장에 주름살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크스트·인플레」 같은 직접적 형태를 취할 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적자재정이나, 금융완화정책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것을 국제 면에서 제한 받지 않으려면 금을 폐화하는 길밖에 없다.
금이라는 국제적 자기규율을 재건하려고 IMF체제도 구성했지만 이것도 71년 여름 무너졌다.
앞으로의 「인플레」는 경제기구의 힙만으로 막을 수 없다.
자본주의적 자기규율의 남은 수단은 개별국가의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것뿐이다. 자본가는 이윤증가, 노동자는 하급상승을 즐거워한다. 「인플레」에 불만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본과 노동이 공영한 결과가 「인플레」이므로 소득정책의 결과는 뻔하다.
실제로 국가권력에 의해 자기규율이 성공했던 것은 시민 자유와 노동조합을 결성한 「파시즘」뿐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자산기준을 혼란시킨다. 즉 자본주의적 행동기준 혼란의 근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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