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엔」동시가입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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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3일 북한의 최고위층인 김일성은 「유엔」에서 한국문제가 토의될때 북한이 초청되어야 하지만 남북한 동시가입은 반대한다고 말하고 남북연방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종전의 선전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북한측의 태도는 각 『「유엔」이 한반도에서 남과 북을 차별대우한다』고 불편하면서 WHO(세계보건기구) 등 「유엔」기구에 가입하는데 주력해 온 그간의 노선과는 정면으로 상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대화를 이용하면서 북한은 각종 외교사관을 파견하여 각국과 수교를 책동했으며 해외에서 대한민국과 외교상의 대결을 시도하고 『두개의 한국』을 영구화·고정화시키려 사력을 다해왔다. 그렇다면 이 같은 그간의 노선과 23일 김일성의 성명과는 어떻게 조화되는지 세계는 의아해마지 않을 것이다.
「유엔」의 동시초청에는 찬성하고 동시가입에는 반대한다는 이 같은 북한측 저의는 새로운 설명의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북한은 「유엔」에 가입하는 것보다 「유엔」을 무대로 그들의 상투적인 선전를 함으로써 대한민국과 「유엔」의 관계를 우선 파괴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전 조선혁명」(적화통일)전략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북한은 대한민국과 「유엔」과의 관계를 이간시키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언커크」 해체와 「유엔」군을 철수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엔」의 권위와 권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는 다시 말해 국제사회에서의 반체제적인 행동을 조금도 지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은 북한이 『초청에만 응하겠다』는 저의가 저변에 있는가를 명백히 간취하여야 할 것이다.
동시가입은 반대하고 동시초청만을 주장하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을 「유엔」에 초청할 때 그들의 파괴적인 선전은 명약관화한 것이며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물론 남북대화를 저해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1960년이래 이른바 남북연방제를 주장해 왔다.
연방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성각국의 통일된 외교기관이 필요하며 구성국민의 공통된 목적과 이익이 존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남북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마당에서 단일외교기관이 실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통목적과 이익이 성립될 수 없다. 이러한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것으로서 북한이 이러한 것을 주장한다는 것은 평화통일성취를 위한 합리적이요, 단계적인 방법을 계속 반대하며 비현실적 정치적 선전만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노정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와 같은 북한의 정치적 선전이 부당함을 알고 특히 앞으로 다가올 9월의 제28회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지금 태도가 변함이 없다면 그를 초청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반면, 「유엔」과 대한민국과의 기존관계에 추호의 변경을 가져올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총회에서 한국문제를 현명하게 다룰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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