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최요삼, 새해 로즈 퍼레이드서 '부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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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꽃차 제작이 한창인 패서디나 로즈볼 파빌리온에서 `영원한 복싱 챔피언` 고 최요삼 선수의 어머니 오순이(오른쪽)씨와 한국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왼쪽)이 꽃씨로 만든 최 선수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신현식 기자

"(죽기 전에) 미국에서 한번 시합해 보고 싶다고 하더니… 6주기를 이곳에서 맞네요."

'영원한 챔피언' 고 최요삼 선수가 새해 로즈퍼레이드를 찾는다. 장기기증단체 도네이트 라이프(Donate Life)의 멤버인 원-레가시(One Legacy)는 26일 최 선수 등 장기기증자 81명의 초상화로 꽃차를 만든다고 밝혔다. 최 선수는 지난 2007년 12월 25일, 경기 중 쓰러져 뇌사에 빠지자 9일 후,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날 한국에서 날아와 패서디나 로즈볼 파빌리온을 방문한 최 선수의 어머니 오순이(70)씨는 꽃씨로 촘촘히 박힌 아들의 초상화를 어루만지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원-레가시는 '세상을 밝히자(Light up the World)'는 주제에 맞춰 한국측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와 함께 최 선수를 한국 대표 장기기증자로 추천·지목했다.

오씨는 "미국에서도 우리 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감사하다"며 "아들 대신 장기기증 결정을 했을 땐, '내가 부모가 맞나', '이래도 되나' 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100번 잘 한일 같다. 아직 내 아들 심장이 이 땅 어딘가에서 뛰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날 초상화와 꽃차를 제작중인 자원봉사자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걸며 이따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마 요삼이도 '(장기기증을) 잘했다'고 할 것 같다"며 "세계 챔피언도 자기 힘으로 한 게 아니니까 어떤 방법으로든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의 말에 그를 와락 껴안은 리즈 폭스(아칸소주)씨는 "요삼씨도 엄마의 마음을 다 알고 있을 거다. 지금도 함께 있을 것"이라며 최씨의 초상화에 꽃씨를 붙였다.

오씨는 거의 완성된 초상화 뒷 면에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문장과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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