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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욕하고 옷 벗고 … 광고, 개콘보다 웃기네

중앙일보

입력

‘본 영상은 무료배송에 혹해서 상처받은 ‘호갱(호구+고객의 조어)’들의 피눈물 나는 사연을 재구성한 영상으로 깊은 빡침과 육두문자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대한호갱방지위원회.’

 검은 바탕에 경고 자막이 흐른 뒤 광고는 시작된다. ‘그녀는 잘사는 줄 알았습니다…호구니까요.’ 코믹한 내레이션과 함께 여주인공은 ‘싸게 산 줄 알았는데 완전 글로벌 호구 됐어!’하며 씩씩거린다. ‘나는 잘삽니다’라는 배우 전지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TV광고를 패러디해 경쟁업체인 ‘위메프’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적나라한 비교와 TV광고에서는 보기 힘든 욕설과 블랙유머가 버무려진 이 영상은 게시 첫날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날 위메프는 방문자(200만 명)·일일매출액(35억원) 등 역대 최고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위메프 박유진 홍보실장은 “60억원이 들어갔다는 TV 광고보다 2억5000만원만 들인 유튜브 광고가 폭발적인 화제를 낳았고, 이를 발판으로 이달 위메프가 3년 만에 통합방문자·거래액에서 1위를 탈환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을 이용한 인터넷 동영상 광고가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광고는 블로그·홈페이지나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듯 급속히 퍼지기 때문에 통상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으로 부른다. 위메프 같은 온라인 기반 기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체도 ‘바이러스 동영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패션·화장품·생활용품은 물론 제약·신용카드 등 업종도 다양하다.

 우아한 이미지 광고를 주로 하는 란제리 기업 비비안도 가슴을 커 보이게 하는 신제품 ‘볼륨키퍼 브라’를 내놓으면서 코믹한 바이럴 영상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볼륨키퍼 브라를 구입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한국으로 몰려들고, ‘비비안 관광상품’까지 개발돼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다는 내용이다. 찜질방에서 볼륨키퍼 브라를 착용한 한국여성의 가슴을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들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장면 등 기존의 비비안 TV 광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동영상이다. 조회 수는 이달 현재 66만 건을 넘어섰다. 이 바이럴 동영상을 제작한 대홍기획 한유석 팀장은 “이제 일반적인 형식의 광고로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며 “그냥 스치는 광고가 아니라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해 소비자가 열광적으로 호응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콘텐트를 선보여야 한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럴 동영상의 핵심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계속 동영상을 아는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위닉스 뽀송’ ‘사조 진격의 참치캔’ 등 유명 바이럴 동영상을 제작한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송영후 국장은 “기업에서 아무리 퍼뜨리려 해도 콘텐트 자체가 정말 재미있거나 충격적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돌려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광고 메시지는 재미 속에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와 ‘충격’을 위해 바이럴 동영상은 기존 TV 광고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다. 노골적인 비교 광고가 대표적이다. 위메프는 ‘구팔’ ‘지현이’ ‘무료배송 미끼’ 등 경쟁업체 연상 문구는 물론 경쟁 광고에 나오는 모자·원피스 등과 비슷한 소품까지 동원했다. 사조해표는 ‘안심따개 참치캔’을 홍보하는 바이럴 동영상에서 경쟁업체들이 사용하는 강철 참치캔 뚜껑을 칼처럼 이용해 요리하고, 경쟁업체 참치캔을 따기 전에 119에 출동을 요청하고 보험회사에 미리 연락하는 등 부산을 떠는 모습을 그렸다. 이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

 주목을 끌기 위해 패러디 형식도 곧잘 활용된다. 발아식물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는 인기 TV코미디 코너인 ‘SNL라이브’에서 코믹 뉴스를 전하는 형식과 출연자를 그대로 이용했다. ‘MBL미라클발아라이브’에서 최일구 아나운서와 개그우먼 안영미가 “인생 뭐 있습니까? 전세 아니면 월세죠” “팍팍한 세상, 피부라도 호강시켜 줘야겠습니다”고 말하는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00만 건을 기록했다. 이 영상에 나오는 080안내전화로 전화를 걸면 안영미가 직접 화장품 샘플 이벤트를 안내해 재미를 더했다. 현대카드는 맛집 서비스 동영상을 “암행어사 박문수는 사실 맛집을 평가하는 ‘맛패’를 들고 다니는 ‘방문수’였다”는 내용의 디스커버리 채널 다큐멘터리처럼 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메디안 치약은 영화 ‘늑대소년’을 패러디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송중기가 입냄새 때문에 사람들과 못 어울리는 ‘치석소녀’를 치석케어 치약을 통해 구원해 주는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내비게이션을 제작하는 현대엠엔소프트는 TV 프로그램 ‘역사 스페셜’을 패러디해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길찾기에 특화된 노비인 내비(內婢)를 이용했다”는 내용의 ‘역시스페셜 781-전설의 내비’를 선보였다.

 걸쭉한 욕설도 동원된다. 바이럴 영상의 주인공들은 씩씩거리며 ‘~삐’ 음으로 처리되거나 고성을 지르며 ‘이년아’ 정도의 욕설은 쉽게 한다. 제습기 ‘위닉스 뽀송’의 경우는 욕설 버전과 일반 버전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어떤 양식을 활용하든지 ‘유머’는 기본이다.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간 때문이야∼’라는 TV 광고 음악으로 주인공인 캡슐맨의 정체가 밝혀진다는 유머코드를 이용했다.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과감하고 자극적인 내용과 걸쭉한 욕설 등 바이럴 동영상의 성공 요소는 ‘바이럴 스타’도 탄생시켰다. SNL코리아에서 해맑은 얼굴로 걸쭉한 욕과 고함을 쏟아내 ‘국민 욕동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김슬기(22)다. 위메프·사조참치·위닉스뽀송·치석소녀 등 큰 화제를 모은 바이러스 영상의 여주인공이 모두 그다. 치석 때문에 구취가 지독한 소녀, 마스카라가 다 번진 얼굴로 “장마가 지긋지긋해!” 하고 소리지르는 여성 등 여배우가 선뜻 맡기 어려운 배역도 코믹한 이미지로 소화하는 데다 욕설을 해도 호감을 주는 귀여운 이미지 덕에 바이럴 동영상의 헤로인이 됐다. 여기에 정극을 공부한 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연기에도 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바이럴 동영상의 인기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제작비용이 매력이다. 톱모델을 기용하고 TV방영료 등 수십억원이 드는 TV 광고의 10분의 1 수준이다. 위메프 동영상은 ‘창사 이래 최소 광고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낸 경우다. 순식간에 엄청난 범위로 확산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업이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20∼30대 구매층이 바이럴 동영상을 선호한다는 것도 큰 이유다. 노골적인 비교 광고나 욕설, 노출장면 등 TV 광고로는 불가능한 자유로운 표현도 강점이다. 또 몇십 초에 불과한 TV 광고와 달리 3분·5분·10분 등 충분한 길이로 만들 수 있고, 인기가 있으면 쉽게 시리즈물로 만들어 퍼뜨릴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e메일이나 SNS 등을 통해 스스로 전파하기 때문에 제품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참여도도 높다. 온라인을 통해 전파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이벤트 등 다른 마케팅 행사와 쉽게 연계해 복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바이럴 동영상의 부작용도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인지도가 낮았을 때 욕설 동영상으로 떴는데 나중에는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우려하더라”며 “지나친 비교 광고의 경우 소비자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희령 기자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 바이러스가 퍼지듯이 빠르게 확산되는 마케팅. ‘바이럴’은 ‘바이러스의’라는 뜻이다. 원래는 e메일·홈페이지·블로그,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빠르게 번지는 모든 마케팅을 말한다. 블로그에 올리는 제품 후기 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인터넷 입소문’도 포함된다. 오프라인의 입소문에 비해 훨씬 많은 다수에게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은 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와 자사 홈페이지·SNS 등에 올리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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