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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위지 동이전」 그 사료적 가치와 한국고대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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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균관대 대동문화 연구원은 9일 삼일「빌딩」에서 『위지동이전의 제문제』를 주제로 한국학방법론의 검토를 위한 제2회 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 한국고대사연구의 절대적 자료가 되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놓고 이의 사료적 가치를 비판하는 한편 이를 통해 본 고대의 사회·습속·가무 등이 논의되었다. 이날 조좌호 교수(성균관대)는 『사료적 가치』면에서, 김철준 교수(서울대문리대)는 『고대사회의 성격』을, 김정배 교수(고려대)는 『고대인의 생활습속』을, 양재연 교수(중앙대)는 『제천의식과 가무』를 제목으로 강연했으며 천관우 고병익 이용범 이기백 이만열 이두현 김열규 임병태 한병삼씨 등이 토론에 참가했다.
조좌호 교수는 중국인의 만주와 한반도에 대한 지식은 한사군이후에 비롯, 위나라의 동방진출로 확대돼 「위략」의 이민족전, 「위지」의 동이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어태의 이략이민족전은 오환·자노·부여·옥저·고구려·예·조선·신한·읍루·왜인·남만·서계 등을 망라한 최초의 기록이 있으나 산일되어 그 일부가 전하는데 불과하다.
이 위략의 내용을 간략화 한 것으로 보이는 위지는 종군자나 군리 등의 보고를 기초로 한 것이지만 견문을 충실히 기록하지 않고 저자의 주관에 의해 조작한 부분이 적지 않다.
당시 중국인들은 자기나라, 자기의 문물제도만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나라를 이적으로 불렀다. 그러면서도 동이에 한하여 군자지국, 예의지국으로 생각해 온 것은 『중국인의 이상적 명현인 기자가 조선을 건국하고 동이를 교환했다』는 이른바 기자조선건국설에 연유한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기자동래설은 조작된 전설을 사마천이 그대로 사기에 기록함으로써 이것이 사실로 전해졌을 뿐더러 오히려 확대 해석돼 한서지리지가 한민족고유의 법속이라 설명한 팔조금법마저 위지예전에선 기자가 만드는 것으로 쓰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자를 높이는 버릇은 기씨를 멸한 위씨에 대한 감정으로 나타나며 위씨 우거가 우매하다든가, 기씨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나라를 뺏기고 한지에 들어갔다고 하고 또 기자의 후손에 대신해 등장한 신한인을 주인 즉 중국인으로 보는 주장을 조작하고 있다. 따라서 도래한 주인을 정복하고 군림하는 마한에 대해서는 감정이 나빠 왜인도 알고있는 노배의 예도 모르는 미개인으로 만들고 있다.
위로·위지에는 또 신선향·여인국·소인국에 관련된 동이주변에 대한 설화를 담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민속을 중국식 성어로 표현한 때문에 내용이 모호한 것,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 전후서술이 모순된 것, 표현이 과장된 것 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배송지에 의해 「근세지가사」라는 평을 받은 위지도 이민족의 기사에 관한 한 실제를 답사해 견문을 충실히 기록한 흔적은 없고 멋대로 종군자·군리의 얘기를 윤색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위지동이전은 한국상고사연구의 기본사료에 틀림없다.
김철준 교수는 『이것이 삼국의 지배체제가 정비되기 이전의 사회상태를 서술한 민족지』로서 여기 나타난 사회는 철기문화의 보다 넓은 보급에 따라 그런 시대의 전통이 급속히 변모해 가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봤다.
따라서 그는 최근 학계에서 일고있는 한국고대국가기원문제에 관해 자기 소견을 밝혔다. 즉 고조선이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고대적 정치세력을 형성해 고대국가라 하는데엔 반대하지 않았으나 그러나 이것은 이동성이 강한 것, 완성단계가 아닌 것, 사회기반이 씨족공동체를 해체 못한 것으로 완전한 고대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동기문화시대의 지배세력이 몰락하고 철기문화기반에서 생성되는 정치세력재편도 쉬운 것이 아니며 고조선이 가졌던 독자적 철기문화도 한사군설치이후에 들어오는 우수한 중국의 철기문화에 의해 기반을 해체 당해 토착적 정치세력의 성장이 저지됐기 때문에 기원4세기초 삼국시대에 고대국가가 성립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김정배 교수는 부여·동옥저의 장법은 모두 세골장이며 이는 고고학적으로 우석묘와 옹관과 연결되는 점을 설명, 우석묘와 옹관의 연대가 동이전의 연대보다 훨씬 고대의 것임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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