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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청빈, 그리고 사회참여 … 길은 어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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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종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기와 같다. 우리 시대의 기쁨과 고통과 함께한다.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중앙포토]
위쪽부터 부산에서 열린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 개막식 현장, 지구촌 가톨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에 성공한 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중앙포토]

2013년 한국 종교계는 바람 잘 날이 별로 없었다. 교회개혁 문제가 불거졌고, 정치와 종교의 파열음도 깊어졌다. 예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김영주 총무(목사)는 연초 간담회에서 “올해를 교회세습 등을 바로잡는 공공성 회복의 해로 삼겠다”고 다졌다.

 하지만 김 총무의 전망은 어긋났다. 조용기·오정현 목사 등 지도자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 됐다. 반면 11월 부산에서는 기독교인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어느 해보다 메가톤급 이슈가 많았던 올해의 종교계를 돌아본다

 ◆종교의 사회참여=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달 초 2013년 키워드를 발표했다. 언론 보도 건수를 집계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1위에, 시국선언(미사)을 2위에 올렸다. 이는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의 천안함·연평도 발언(11월 22일)이 나오기 직전까지의 보도를 반영한 결과다. 박 신부 발언 이후가 포함됐더라면 순위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박 신부 발언의 파장은 컸다.

 논쟁의 핵심은 종교인의 사회참여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가톨릭 교리서 등을 근거로 “평신도의 정치 참여는 가능하지만 사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진보적 성직자들은 종교인의 예언자적 소명, 기독교 사랑의 실천을 위해 종교인의 사회참여가 당연하다고 맞섰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양극단을 넘어선 화쟁(和諍)사상을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연임=조계종 새 수장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가 4년 만에 치러졌다. 자승 원장은 지난해 승려 도박 동영상 사태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그간 진행해온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선거에 다시 나섰다. 1994년 종단 개혁 후 첫 연임에 성공한 원장이 됐다. 그의 앞에는 사칠 재정 투명화 등 종단 개혁, 실추한 불교의 이미지 회복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지구촌 가톨릭 새바람=올해 지구촌 종교계 최대 화제는 신임 교황이었다. 8세기 이후 근 1300년 만에 비유럽권 교황이 탄생했다. 건강 문제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를 이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새 교황은 개혁적 언행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청빈과 금욕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교황 이름으로 삼은 이답게 즉위 미사에서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애정으로 감싸겠다”고 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질타했다. 동성애에 관용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쉽지 않은 개혁=지난해 감리교는 교회세습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 영향이 올해도 이어졌다. 예장통합·기장·예장합동 등 대형 개신교단들이 잇따라 세습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하거나 결의를 했다. 조계종은 승려들의 육식, 아파트 거주 등을 제한하는 청규(淸規)를 제정했다. 이 역시 지난해 동영상 파문 수습을 위한 고육책이다.

 이런 노력에도 종교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논문 표절로 6개월간 설교를 중단했고, 지난달 말 준공한 새 예배당 건물은 호화 건축 논란에 시달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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