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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춤 반란'… 이창기의 역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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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늘 백스테이지에 있다 조명을 받으니 어색하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 인생이 B급이었으니깐요. 개관할 때 직원들에게 공언했습니다. 나도 스펙 별거 없으니, 우리 변방에서 B급 반란을 일으켜보자고요.”

 서울 강남 오른편 끝자락에 위치한 강동구가 난데없이 춤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개관 2년밖에 안된 강동아트센터 때문이다. 850석 대극장, 250석 소극장, 세 개의 스튜디오에선 꾸준히 무용 공연이 올라갔고, 심지어 야외 무대에서도 실험적인 작품이 발표되곤 했다. 2년간 기획한 무용 공연만 75개다. 단기간에 무용 전문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 데엔 이창기(54) 초대 관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차별화 전략이죠.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자체마다 문예회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났습니다. 엇비슷한 프로그램에, 적당히 인기 끌만한 뮤지컬 올리고, 외부 단체에 대관 주고…. 이렇게 했다간 존재감 없죠. ‘한 놈만 패자’는 심정으로 매달렸습니다.”

 왜 굳이 무용일까.

 “역발상입니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관객 중 무용을 관람한 이는 단 1.1%입니다. 전체 공연 장르 중 가장 낮습니다. 그만큼 침체돼 있고, 열악하다는 반증입니다. 반면 전국에 49개 대학 무용과가 있고, 1년에 17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됩니다.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없는 거죠.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게 공공극장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이 신호탄이었다. 발레·현대무용·전통춤은 물론 스포츠 댄스까지 장르 불문, 흔들 수 있는 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았다. 한 달간 흥겨운 춤판을 벌인 결과 700여 명이 무대에 섰고, 관객은 1만300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신설 공연장으로 이례적인 성황이었다. “무용은 어렵다”란 고정관념도 깨졌다.

 “객석과 무대 간격이 좁아 숨소리까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샤워시설도 50개나 되죠. 춤 추기에 최적화된 인프라입니다.”

 이런 활약 덕분에 강동아트센터는 12월초 전국문예회관연합회로부터 국내 최고의 공연장에게 주어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관장은 경원전문대를 졸업했고, 서울시 말단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이 법인화될 때 입사해 공연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세종문화회관 대표 히트상품 ‘천원의 행복’을 기획한 정통 공연행정가다.

 “학벌도 자랑할 게 없고, 소위 빽도 없으며, 잘난 재주도 없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전력을 다해야죠. 그것뿐입니다.”

 한정호 무용칼럼니스트는 “최근 ‘댄싱9’ 열풍이 부는 등 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저변엔 무용 전문 극장인 강동아트센터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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