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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재패 노리는 『섬개구리』|낙도 비안국민교 배구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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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전∥임시취재반】 섬개구리는 또다시 뭍으로 나왔다. 절해고도의 비안도 국민학교 배구선수 12명이 오랜만에 물에서 나와 육지 소년들과 함께 힘차게 제2회 「스포츠」 소년대회에 출전중이다. 전북 옥구군 앞 바다에 위치하고 있는 비안도는 둘레가 불과 20㎞에 인구 7백 여명의 낙도, 더구나 군산까지 1백50여 리에 이르는 항해시간이 7시간이나 걸려 제l회 「스포츠」 소년대회에 출전했던 전남사치분교와도 비교가 된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상』이라 해서 섬이름을 비안이라 지었다는 이 섬은 행정상으로 옥소군 미면 소속, 기껏 바닷가에서 조개 줍기나 하던 섬 소년이 전북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했다는 점에서 관심은 높다.
전북대표로 남자 국민학교 배구 「팀」을 출전시킨 비안 국민학교는 전교생이 1백25명뿐인 「미니」학교, 더구나 「팀」창설 11개월만에 전국 대회에 출전한 기적의 섬 학교이기도 하다.
10여 척의 5t급 동력선에 전주민의 생활을 걸고 있는 비안도는 오징어의 주산지, 따라서 오징어는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논밭이 작아 부자라도 1년 내내 깡보리밥이라는 이색적인 섬이다.
이렇듯 한적한 섬에 배구가 보급된 것은 문풍교사(33)의 열의 때문.
71년 비안도 국민학교에 부임한 문교사는 지난해 사치분교의 활약상이 본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이에 자극, 배구부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낙도, 더구나 「미니」학교의 배구인지라 고충은 컸다.
배구부의 장비라고는 누덕누덕 긴 「볼」 2개뿐, 그나마 「코트」가 없기 때문에 바닷가에 나무를 세워 찢어진 그물로「네트」를 쳐놓고 지난 11개월간 그야말로 각고의 훈련을 쌓아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실력이 향상되면서부터는 오히려 협조적.
지난 3월 처음으로 뭍에 나가 옥소군 체육대회에서 우승하자 비안도의 전 선박은 만선기를 올려 환영했다는 것이며 5월 「스포츠」 소년대회 예선대회에서 5「게임」을 휩쓸고 전국대회의 출전자격을 얻었을 때는 비안도는 물론 인근 선유도·신시도·무녀도·장자도 등 모든 고군산열도의 배들마저 만선기에 고동을 올리며 이들의 승리를 축복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옥청 대회에 출전할 때에 처음으로 뭍에 오른 선수가 12명중 10명, 그리고 전주대회에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본 선수가 11명이나 된다는 섬 소년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시간이 빠른 「버스」를 타지 않고 기차를 이용했다는데 나이가 가장 어린 박정환군(12·5학년)은 『문 선생님이 갈 때도 군산까지 기차를 태워준다고 했어요』하면서「게임」보다도 기차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섬개구리가 뭍에 오르자 비안도와 옥청군 주민들의 관심은 대단, 지난 28일 섬 주민들은 이용선 교감의 인솔로 떠나는 「비안도의 용사」들을 위해 바닷가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거행했으며 옥유군 교육위원회도 비안 국민학교 배구부에 특별배려, 채준석 교육감을 동행시켰다.
5, 6학년 재학중인 남자학생이 불과 25명뿐, 그 가운데 12명을 뽑아 「코치」도 없이 배구부를 만들었으니 실력은 미지수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교사는 섬의 고난을 극복하고 전국대회에 출전했다는 점을 자부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싸울 뿐』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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