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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조루 치료, 진단과 상담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원장

남성 성기능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을 꼽는다면 단연 ‘비아그라’의 등장이다. 발기부전 환자의 고민을 많은 경우에 약 한 알로 해결할 수 있게 하였으니, 신약의 발전에 경외감이 느껴질 뿐이다. 그 후 비아그라에 이어 다양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등장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해 5월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많은 제네릭이 경쟁적으로 출시되었다.

최근 조루 치료에서도 비슷한 일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바로 ‘프릴리지’의 등장이다. 아직 비아그라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신약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조루는 발기부전보다 유병률이 높다. 또한 연령대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는 질환이다.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남성 3명 중 1명이 조루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스스로 조루라고 느끼는 환자의 9% 만이 병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비아그라보다 주목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관통하는 지나친 성적 엄숙주의가 치료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은 욕구의 동물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기본 욕구를 충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먹고, 잠자고, 사랑하며.

질병이란 다름 아닌 어떤 의학적 이유로 기본 욕구가 박탈된 상태를 의미한다. 위궤양으로 식사가 어려워 식욕을 채우기 어렵다면, 불면증으로 수면의 욕구 충족이 어렵다면 어떨까? 성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행복한 건강을 위해 우리의 기본 욕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루 또한 명확한 질병이다. 하지만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여 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본 욕구인 성욕,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 몸의 소리이다.

그렇다면 조루의 치료는 과연 어려울까?

많은 경우 조루의 원인은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급속한 고갈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프릴리지가 등장하였다. 비아그라와 동일한 방법으로 성관계 전에 미리 복용하는 알약의 형태이다. 복용 후 24시간 이내에 체내 약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우수하다.

물론 동시에 전문의와 상담 및 면담을 통해 행동요법과 성치료를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세심한 면담과 설문, 그리고 의학적 검사를 통해 성기 또는 귀두 감각이 예민하여 발생한 조루라면 국소마취제나 선택적으로 실시하는 배부신경차단술(Dorsal Partial Neurotomy) 등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남성 성기능 분야에 있어서 신약의 개발은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치료 의지와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 처치일 것이다.

우리의 기본 욕구인 성에 대한 문제는 혼자만 가슴앓이 해야 하는 고민이 아니다. 당뇨, 고혈압처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찾고, 아기가 아프면 소아청소년과를 찾듯, 어떤가? 필요하다면 고민만 말고 비뇨기과의 문을 두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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