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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만능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근대적 「컴퓨터」를 개발한 미국에서 최근 「아이러닉」한 사건이 있었다. 「뉴요크」의 한 「호텔」에서 남자들과 그 부인에 대한 계산서를 따로따로 요구했을 때 뜻하지 않은 곤란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곧 「호텔」측의 「컴퓨터」가 당초 남녀개별의 「코드」를 준비하지 않은 까닭에 그것을 고쳐 써넣으려면 24시간이 소요케 된 것이다.
그런데 「호텔」의 경리계는 연필과 종이만을 가지고 옛날 식의 방법으로 불과 수분 안에 다시 계산을 마치었다. 이는 곧 「컴퓨터」의 한계와 융통성을 말해주는 한 예증이다.
소련의 신경생리학자 「니콜라이·아모소프」는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게 되는 시기가 멀지 않다고 하지만 과연 인간을 대신하여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기계가 만들어질 것인가는 극히 의문이다.
최근 20년간 전자기술이 이룩한 눈부신 발전으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은 흥분한 나머지 「컴퓨터」의 능력을 과대하게 평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가령 1968년에 「컴퓨터」의 역량을 예언한 사람들은 1970년에는 가사일체를 처리하는 「컴퓨터·로보트」가 시장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판매되리란 확신을 갖고 앞날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그러한 종류의 「로보트」는 실험실의 장난감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로보트」가 실험단계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며 4명의 과학자를 짓밟아버린 일이나 혹은 「로보트」의 몸체가 어이없이 깨어져버린 일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가 이용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는 우리들을 위하여 마음의 친구와 연인을 선택해 주고 천기를 예보하며 경주의 승자를 예상하고 군중과 교통을 조절하고 질병의 발견을 도와주며 아이들을 교육하고 또 공장까지 운영한다.
그러나 「컴퓨터」에 지문감별 「시스팀」을 전자적인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시켜본 결과 그건 잘되지 않는다. 「뉴요크」경찰은 얼마전 이 일을 「컴퓨터」에 의뢰하여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래서 현재 30의 기업이 지문감별 장치의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도 종래의 수동방식이 널리 행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명이 2백만의 지문을 특수한 기호로 바꿔놓는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각 은행이 계산과 수표의 결제 사무를 「컴퓨터」화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기꾼들이 아주 최근까지 은행에서 멋대로 사기행위를 했다.
사실 그런 범죄의 방지를 위해 엄중 조처가 취해지기까지에는 「컴퓨터」는 위조자에게 더 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검찰당국으로부터 「컴퓨터」의 사용에 대한 엄중한 비판을 받은 것이다.
검찰당국의 견해에 의하면, 고객의 「사인」을 원장에 등록한 「사인」과 대조하는 종래의 방식을 폐지한 까닭에 「컴퓨터·시스팀」의 약점을 이용, 아무리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사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물며 악질적인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의 「코드」를 바꿔 써넣는다면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고 대규모의 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적어도 이론상으론 가능한 일이다. 「컴퓨터」는 어느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모럴」을 가진 것이 아니고 다만 명령에 좇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가지 「컴퓨터」의 능력한계를 지적한다면 문화적·예술적 두뇌에 관한 문제이다. 「컴퓨터」는 1초의 몇 분의 1이란 짧은 시간에 영어 80만 단어를 기억해낸다. 하지만 문학적·예술적 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두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컴퓨터」가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사실상 인가정신을 능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우리들의 두뇌는 십분 발휘돼 있지 않으며, 흔히 두뇌역량의 10분의1만이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컴퓨터」 즉 계산기는 우리가 마녀를 불살라 없애 버리던 3백년 이전에 이미 발명된 것임을 생각한다면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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