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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 군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클레먼츠」미 국방 차관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연간 1억불 상당의「트럭」·통신 장비 및「헬리콥터」「연」철제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찬성하며 일본의 전쟁 포기 헌법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터놓도록 개경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암시했다.
일본의 대한 군 원을 찬성하는 의견은 미국이「닉슨·독트린」을 실전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인데, 최근에는 그러한 의견이 점차로 여론화되어 가고 있다. 상기「클레먼츠」씨의 의견도 그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미국 정부의 국방 차관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시사를 하게 된 시준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한 군 원을 찬성하는 미국 내의 의견은 일본으로 하여금 우선「연」철제의 군사 지원을 제공케 하다가 나중에는 한국 방위 책임의 큰 부분을 일본이 맡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대한 방위 책임을 경감 내지 해소해 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후퇴 과정에 들어선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부담을 절감하여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해치 못하는바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대한 군 원을 찬성하고, 나가서는 미국 대신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 방위 책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의견은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지난날 침략자로서 우리 민족을 반세기 동안이나 못살게 굴던 일본이 대한 군 원을 하게 되면, 일본은 또다시 오만 불손한 지배자로서 한국의 주권·독립까지 유린코자 할 것이 명야관화 한데, 이는 우리의 민족 정기와 민족 감정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일 양국은 표면상으로는 우호 친선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국민 가운데는「경협」이라는 이름 밑의 일본의 경제적 진출과 한국의 예속적 경향에 대해서 내심 울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일본의 경제적 진출에 대해서 마저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이 일본의 군사적 진출을 달게 받아 들일 수 있겠는가. 앞으로 만약에 일본이 군사적으로 진출해 온다면 우리 국민은 일종의 좌절감에서 민족 저항을 시도하게 될 것이요, 나아가서는 한-일 양국 관계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화해한 것처럼 오 단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은 국제 정세의 변동 때문에 일본에의 밀착을 강요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 촌민의 의식의 밑바닥에는 일본을 경계하는 경향이 강하게 흐르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일본의 대한 군 원에 반대하는 소 이는 일본의 대한 군 원의 개시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발뺌을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3대 핵 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후퇴는 반듯이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한국 안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속하는 한 한국을 강대국간 흥정의 제물로 바쳐질 가능성이 없음을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대신 일본이 책임을 맡게 되면 조만 간에 일본이 한국을 흥정의 제물로 바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미국의 조 야는 한국 안보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일본에 전가시키려는 생각을 숫제 버리고 한국군 장비 현대화 지원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한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방위 할 수 있는 조건을 성숙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한-미-일 관계를 바람직한 상태에 놓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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