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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당 대회 앞둔 기상도|당권 경쟁 없는 무풍의 신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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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7일의 전당 대회를 이틀 앞둔 신민당은 유진산 당수의 강력한 1인 체제 아래 바람 한 점 없는 「무풍 상태」.
바로 이 무풍 상태라는 점에서 신민당의 모습이나 체질은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신민당은 전당 대회에 앞서 4월 한달 동안 지구당 개편 대회를 치렀다. 과거에는 의례 따르던 잡음이나 소란은 단 한 개의 지구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주류니, 비주류니 하여 서로 한 사람의 대의원이라도 더 확보하여 전당 대회에서 당권 경쟁을 벌이던 종래의 양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파벌" 말조차 사라져>
지난해 9월말의 전당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신민당에는 6개 파벌이 얽혀 당권을 겨냥해 합종 연형을 거듭했었다.
각 파벌의 「보스」들은 개편 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직접 참석하거나 사람을 보내는가 하면 자금 지원을 통해 지구당 위원장과 대의원 포섭에 경력을 쏟았었다.
지금쯤이면 각 파벌은 자위대 의원 명단을 작성하여 합숙을 시키는 등 조직의 결속을 기하는 한편 타파 대의원 포섭 공작에 열을 올렸다. 이것은 전당 대회에서 표를 과시해 당권 참여의 길을 넓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현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주류·비주류라든가, 파벌이라는 말조차 없어졌다. 단 하나 진산계 또는 진산 체제라는 말만이 남았다.
이것은 강력한 진산 체제에 도전 또는 대항할 세력이 없어졌거나 그 세력의 조직이 와해됐음을 뜻한다. 대항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의미에선 비판 세력도 표면적으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좋게 말하면 신민당의 지도 체제가 유진산 당수를 정점으로 일사 불란하게 강력히 졌다고 도 할 수 있으나 당내 민주주의가 없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 평가를 어찌 하든간에 신민당의 이러한 변화는 10·17 이후에 비슷한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 없어져>
2·27 총선 전 통일당 창당과 국회 의원 후보 공천을 계기로 과거 진산계에 도전하면 비주류의 상당 부분과 김홍일·양일동 계가 통일 당으로 떨어져 나갔고 남아 있던 반진산계의 일부는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나섰고 나머지 세력들은 진산 계의 위력과 여건에 눌려 거기에 흡수되거나 경쟁을 포기하는 체념 상태에 빠졌다.
이런 반진산 세력의 퇴조 속에 유진산씨는 당수로서의 전례 없이 강력한 당권을 행사, 자신의 체제를 도전의 여지조차 없도록 강화했다.
유진산 당수는 지난 3월 당수직에 복귀한 이래 일요일을 제의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중앙 당사에 나와 모든 회의에 직접 참석, 모든 당무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있다.
야당사에 일찍이 없었던 강력한 유진산 체제이진 하지만 당내에 비판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당 간부는 『과거 파문이야 야당의 결속된 힘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당의 발전을 위한 활력소의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인 이상 지금과 같이 파벌을 용인하지 않는 기대 체제는 야당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중앙 당사에는 연일 정무 회의 등 갖가지 당 간부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의사 발표나 토론 없이 회의가 진행되고 대부분 사무적으로 끝나 버리기가 일쑤라는 얘기. 또 중요한 사항이나 까다로운 문제는 유진산 당수에게 일임하고 회의를 끝내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불만 있어도 입 다물고>
이런 현상은 지난 3윌 유진산씨가 중앙 상위에서 당 수직에 복귀하면서 『반 진산, 또는 파벌 싸움이 있을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데에 커다란 원인이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또 의원 총회만 하더라도 9대 국회 개원 때 열렸을 뿐 두 달이 가깝도록 열리지 않다가 5일에야 열려 소속 의원들은 당과 정국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유 당수의 지도 노선에 대한 회의와 불만도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소리 없는 제2인자 경쟁>
원인과 이유가 어떻든 간에 지금 당내에는 당과 당부들이 무기력해 졌다는 얘기들이 많다.
야당에 전례 없던 당권 무경쟁의 전당 대회-.
지금 당내에는 당수 선출 과정에서 유진산씨에게 감히 (?) 도전할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그래서 5월7일의 전당 대회는 유씨를 당수에 다시 앉히는 절차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박수 선거와 우렁찬 합창이 울릴 전당 대회는 아마 공화당 것을 그대로 닮을 것이다.
진산 체제가 언제까지 갈지는 아직 점치기는 이르지만 신민당은 당분간 파벌 경쟁이나 당수 경합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며, 있다면 2인자 경쟁이나 후단 경쟁만이 소리 없이 있을 뿐이다. 지금 신민당에서 제2인자로 불릴 정도의 실력자는 신도환 사무 총장.
그러나 당내의 인맥으로는 고흥문 전 정무 회의 부의장과 이철승·김영삼 두 부의장 중 한사람이 유씨의 대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 총장은 현재는 유씨의 오른팔과 같은 실권을 갖고 있지만 당내에 직계 부대나 파벌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계 경쟁에서 처진다.
반면에 고·이·김 세 사람은 독자적인 세력 기반과 오랜 당력을 갖고 있어 진산 이후의 당권을 겨냥하고 있다.
후계 문제와는 상관없이 유 당수는 요즘 당 간부 모임이 있을 때마다 고흥문씨를 불러 회의에 참석토록 하고 있다.

<부총재도 총재가 지명>
이것은 고씨가 총선 직전 유씨에게 비판적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이를 완화 내지는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많다.
신민당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수 권한을 보다 강화하고 격년제 대회를 골자로 하는 당혜 개정안을 채택한다.
새 당헌은 강력한 단일 지도 체제를 더한층 굳혀 지금의 당대표 위원제를 총재제로 바꾸고 그 밑에 총재의 손으로 임명되는 5명 이내의 부총재를 두기로 했다.
이것은 당직을 늘임으로써 실력자들이 상호 견제케 하고 상대적으로 당수 1인의 절대권을 확보한 조처로 풀이된다.
한편 유씨의 당수직 재임 기간과 후권자 문제 등은 전당 대회 후에 있을 당직 개편 내용에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 같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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