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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보좌관 정치의 문제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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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1막은 결국「닉슨」의 투강으로 끝났다. 이것은 언론계와 법조인들의 양식, 그리고 행정부의 이상 비대를 막으려는 의회의 호헌 정신이 혼연 일치가 되어 따낸 승리였다.

<사건 발생 원인 추적>
그러나 이번 싸움에서 주역을 맡았던 미국 언론계는 1막이 내리기가 바쁘게 종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가 범죄 행위의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려는 투쟁이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어째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매스컴」이 가장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대통령 보좌관 내지 비서진들의 비정상적인 권력 집중 현상이다. 요컨대 「닉슨」이 만약 이들 「준사 조직」에 다가 그토록 막중한 권력을 맡기지만 않았던들 오늘날과 같은 쓰라린 상처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닉슨」호에서는 업무상의 편의 기구에 불과한 보좌관들이 권력 구조면에서는 각부 장관을 누르고 있었다.
말하자면 「닉슨」은 내각을 바지저고리로 만들면서 그 위에다가 준사 조직의 성격을 띤「옥상옥」을 지어 놓았던 것이다.

<내각 기능 마비되고>
이 때문에 정치적 결단과 행정적 처리를 연결시켜 주는 전통적 기구인 내각은 그 기능이 마비되어 버렸고 급기야는 그 주름살이 범죄 행위에까지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스컴」에서는 그 증거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처리 과정과 「케네디」 「존슨」을 암살 교사범으로 만들려던 이들의 음모 사건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와 같은 범죄와 음모가 가능했던 것은 대통령 보좌관들의 권력이 정상적인 통치 질서를 형해화시킬 정도로 비대해졌기 때문이라는게 「매스컴」의 지배적 의견이다. 이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해 반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부의 권력 집중에 따른 이른바 행정 국가화 현상의 필연성, 이를 뒷받침해 준 정책 결정 보조 기구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미국 대통령은 「코윈」의 말대로 『수석 입법자』의 직능까지 겸한 일종의 「민선 제왕」 이다.

<「케네디」 경우완 달라>
그의 업무와 권한은「뒤베르제」의 표현을 빌면 『삼권 분립과 공화제를 쇠약하게 해서 죽일』 만큼 방대해 졌으며 따라서 정책 결정을 도와줄 「비서」 내지 「브레인」들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점은 똑같은 「브레인」제도를 썼으면서도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로스토」 나 「슐레징거」·「소렌슨」 등은 결코 「닉슨」「팀」과 같은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은 「닉슨」보좌관들의 권력이 내각마저 압도했던데 반해 「케네디」의 「브레인」들은 그처럼 무모한 월권을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지적되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2막에서 다뤄질 또 하나의 「이슈」는 정치적 범죄 행위와 이른바 「통치 행위」 사이의 한계 문제이다. 「닉슨」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보좌관과 행정부의 관료들이 법원이나 의회에 나가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해 증언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그리고 증언 거부의 근거를 「삼권 분립의 정신」에서 구했던 것이다.
「삼권 분립의 정신」속에 이 비슷한 관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정치적 가치 판단에 의한 소위 「통치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평면적인 법률 심사가 배제되는 예가 그것이다.
그러나 「닉슨」의 경우에는 문제된 사건이 도청·야간 주거 침입이라는 형사상의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어느 모로 봐도 「통치 행위」나 「국가 행위」의 축에 끼어 줄 수는 없었다.

<언론 자유 중요함 느껴>
법조계와 학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닉슨」은 막판에 가서야 그들이 법원에 출두하는 것만을 허용했었다. 그러나 의회에서의 증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않은 채 보좌관들을 해임함으로써 여전히 아리송한 태도를 취한 셈이 되었다.
미국 언론계와 법조계의 일부에서는 제2막을 맞아 이 문제를 분명히 해 둬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어물쩍 그냥 넘겼다가는 앞으로 모든 정치적 범법 행위에 대해 주권의 수임 기관인 의회가 속수 무책이 될 공산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미 국민들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일 것이다. 자화 자찬이 쑥스러워서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닉슨」의 투강을 가져온 원동력은 「매스컴」의 끈질긴 추적과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은 언론의 자유가 없었다면 미국식의 대통령 제도는 「뢰벤슈타인」의 말과는 달리 후진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도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키스」』로 되었을 것이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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