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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신라무명 중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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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나라 금속공예의 대표가 된 걸작품은 동종이라 해서 무리가 아니다. 물론 종의 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소리이다. 웅장한 울림과 청아한 여운이 형태미에 앞서서 종이 지녀야 하는 기농이요, 요건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종소리는 합금성분과·쇠의 두께·구조비례 등과 절대적인 연관을 갖고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외형과 조각이 아로새겨져 있다면 더 바랄 것 없는 최고의 예술품이 된다.
신라의 주종기술은 종이라는 공예품이 갖출 수 있는 좋은 점을 모두 따서 만들어졌다. 국보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은 그 표본적인 예. 크기에 있어서나 종소리, 혹은 형태미에 있어서나 우리나라 최대의 걸작품이다. 이보다 좀 작지만 오대산 상원사 동종의 경우도 그것이 가장 오래된 유물이란 점에서 만인의 아낌을 받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1천2, 3백년 동안 계속 사용돼 왔음에도 그것들이 원래대로 완전하다는 것은 그만큼 완벽한 솜씨로 조성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 외형상으로도 우선 장중함으로써 위압하면서 세부는 우아하고 세련돼있다.
구연이 좀 오근듯 싶은 종신의 곡선, 미대·유곽·불상·구좌·구연대의 배치, 용트림과 음통의 비례-이런 요소가 「한국 종」의 특징으로 굳어져 고려와 이조를 거쳐 오는 동안에도 그 전통양식을 바꾸지 않고 면면히 계승돼 왔다.
그것은 중국이나 만주, 몽고와도 유다른 특색이요, 그래서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한국 종을 약탈의 표적으로 삼곤 했다.
한국 종은 동(83%)과 상납(석·17%)의 합금주물이다. 혹자는 에밀레종 종명의 「동12만근」을 황동이라 바꿔 설명하고있는데 그건 잘못된 분석이다. 옛 문헌에서 황동은 주동이요, 통쇠. 곧 구리와 아연의 합금이며, 그건 타악기로서는 부적당하다. 동과 상납의 합금은 청동이요, 유동이며 속칭 방짜쇠이다. 아연은 여기에 절대 금물이다.
에밀레종의 표면이 유난히 검게 윤기 나는 것은 당시의 두터운 신심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절에서 주종의 쇠를 녹일 때 신도들이 금 패물을 집어넣는 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곧 구리1근에 금2푼의 합금은 좋은 오동이 된다. 금은 특히 쇳물을 부을 때 겉으로 확 퍼져 주로 종의 표면에 함유된다고 한다. 국가적 대사로 조성된 에밀레종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정성과 금을 쏟아 넣었을까 능히 상상할 만하다.
이번 처음 공개된 신라 중형동종은 70년에 충북 청주지방에서 출토된 것. 아쉽게도 글씨가 써있는 게 없고 아담하지만 그리 우아한 편이 못된다. 또 용통의 귀가 약간 떨어지긴 했어도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완형의 신라 종으로는 이로써 3개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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