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美軍 캠프] 부대 전체에 "실탄 지급받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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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소음이 몽롱한 정신을 파고든다. "우우우웅…"

"불 켜. " 고함이 어둠에 잠긴 16지원단 485대대 26중대의 막사를 흔들었다. 스커드 미사일 경보였다. 기자는 야전침대 머리맡에 손을 뻗어 방독면을 더듬었다.

더듬더듬 찾은 부츠를 맨발에 꿰찼다. 엉키는 병사들의 그림자를 따라 거의 꼴찌로 텐트 막사를 나섰다. 힐끗 시계를 봤다. 오전 두시(11일.현지시간). 꼭두새벽에 벌어지는 난리는 처음이어서 뭔가 터진 게 틀림없다 싶었다.

그런데 다들 서 있는 자세가 느긋하다. "아 연습이구나…. "힘이 빠졌다. 10여분 뒤 경보는 해제됐다.

겨우 잠이 들었나 싶자 이번엔 낮게 나는 전폭기의 굉음이 머리 위를 가로질렀다. 텐트가 흔들리고, 귀가 아프다. 오전 4시.

며칠 새 이곳 사막 캠프의 긴장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D-데이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경보는 10시간 뒤인 정오쯤 또 울렸다. 하던 일을 팽개친 기자는 방독면을 움켜쥐고 20m쯤 옆에 있는 대피소로 달렸다. 이번엔 화생방 경보까지 겹쳐 화생방 옷도 입어야 했다. 한창 더운 낮에 전신을 덮는 화생방복을 입으니 옷을 입고 한증막에 들어간 것 같다.

한시간 뒤 상황이 해제됐다. 군수지원본부(COSCOM) 공보실(PAO)의 애미 애보트 병장은 "화생방복을 입으라는 지시는 처음이다.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비해 캠프 외곽 곳곳에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배치됐다.

부대는 시시각각 전투상황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이날 처음 부대 전체에 실탄이 지급됐다. 병사들의 훈련도 강화되고 있다. 군단 내 3여단 141보병 대대 C중대는 이날 캠프에서 공격 연습을 개시했다. 더스틴 브라운 병장은 "정말로 실전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전투지원단 485대대 26중대의 수송 분대도 10일 오후 9시부터 야간투시경(NVG.Night Vision Goggle)을 쓰고 두시간 동안 훈련을 받았다.

중대장인 아치 헌돈 대위는 "비상시에는 기자도 운전해야 한다"며 기자더러 투시경을 쓰고 험비 지프의 운전대를 잡게 했다. 캠프 내 병력도 이라크 국경 쪽으로 계속 전진 배치되고 있다.

쿠웨이트 동부사막 캠프 버지니아=안성규 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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