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깜짝 대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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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년간 복역한 그의 정적 미하일 호도르콥스키(50) 전 유코스오일 회장을 전격 사면했다. 20일 푸틴은 “인도적 원칙에 따라 호도르콥스키를 사면하고 곧 석방한다”는 내용의 사면장에 서명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동시에 집권 3기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한 조치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호도르콥스키가 이미 10년 이상 복역했고 모친이 병중인 점을 고려해 사면하려 한다”고 밝혔다.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오일의 회장으로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의 대표 주자였던 호도르콥스키는 야당 정치인들을 후원하다 푸틴에게 밉보였다. 2003년 사기와 탈세 등으로 체포돼 11년형을 받았고, 유코스오일은 공중 분해돼 크렘린 정권 실세들의 손에 넘어갔다. 정치범 탄압 사례로 꼽혀 국제사회가 계속 사면을 요청해 왔다. 푸틴은 올해 시리아 공습 등 여러 국제정치 현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뉴욕타임스 는 “호도르콥스키를 석방하는 위험 정도는 감수할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논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은 러시아 정부가 동성애 선전 금지 법안 등으로 서방의 비판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유화책 차원에서 사면안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8일 푸틴이 헌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신청한 대규모 사면조치를 승인했다. 지난해 2월 반(反)푸틴 공연을 펼치다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 2명과 지난 9월 북극해 인근 해저 유전 개발 반대 시위를 벌여 기소됐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 30명 등 최대 2만5000명이 사면 대상에 들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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