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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력」과 「교육의 기회균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 교육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6일 교육회관에서 기념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강사로 나선 정범모 박사(서울대 사대)는 「오늘과 내일과 교육력」을, 특별 초청으로 내한한 「W·B·브루크오버」박사(미 「미시간」주립대 교육사회학)는 「교육기회의 균등」에 대해 강연했다.
교육효과를 성취하는 힘, 곧 교육력을 말하면서 정범모 박사는 교사의 능력의 중요성을 재 강조했다.
교육력이 약한 약체교육에서는 교육이념이나 목표의 논의가 무의미하며 인간의 자아실현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 한계를 좁히며 사회의 평등화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오히려 양극화를 가속시킨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힘이 약해져서 「교육 결정적 효과」보다 「자기 결정적 효과」에 의해 인간이 성장할 때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되고 누적결함의 영향은 커져간다는 것이다.
교육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이같은 양극화는 모든 인간 생활에서 양극화의 씨앗이 된다고 그는 경고했다.
교육의 양이 급속도로 팽창해 가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약체교육은 인간의 생존까지도 문제점으로 던져 줄 것이며, 미래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또 과학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비추어 보아서도 엄청난 교육력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모든 것을 의도하는 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엄청난 교육력의 시대가 어차피 닥쳐온다면, 인간의 어떤 면은 성장시켜야 하며 어떤 면은 파괴해야 하고 또 파괴해서는 안될 요인은 무잇인가를 인간 자신이 결정하는 어려움에 부닥친다는 것이다. 각 학문 분야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응용학이 더욱 중요한 사명을 띠게 될 것이며, 교육의 재 정의는 강요될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교육력과 불가변의 인간 본질의 조화는 미래를 살아가는 생활의 특징이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한편 교육기회의 균등에 대해 강연한 「브루크오버」박사는 교육이 계층 상승의 여러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란 점을 들어 풀이했다. 지금까지 교육기회의 균등을 교육의 기회를 다같이 갖는다는 것으로 단순화하거나 교사의 질, 학생 1인당 경비, 교사·학생의 비율, 시설 둥의 균등으로 생각하던 단순화는 지양돼야 하고 학생의 질향상, 즉 학교의 산출효과의 균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지금까지 학생의 질향상은 학교에 투입되는 교육여건의 균등화에 의해서 균등한 수준이나 기회를 보장해 준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나 최근 「존즈·홉킨즈」대 「제임즈·콜먼」, 「하버드」대의 「크리스토퍼·젱크스」등의 연구는 이러한 여건조성만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콜먼」은 학생들의 개발 가능한 잠재영역에의 질적 향상은 학생 자신의 인종이나 가정적 배경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고 했으며 「젱크스」는 학교 교육이 학생 자신의 사회환경과 괴리가 있는 한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교육외적 사실이라고 교육의 효과까지 부정했다. 지난 선거에서 「닉슨」도 흑백 통합교육의 무의미함을 주장하면서 분리교육을 주장하여 미국사회의 인기를 모았다.
교육 이전의 개인차를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가 낳은 오늘날의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 자신의 사회 경제적 배경과 그들의 학업성취 간에는 높은 상관을 보였다. 학생들의 성취 기준은 하나의 정상분포 곡선을 이룬다는 고정관념을 교사들은 갖게 됐고, 정상분포 곡선이란 「모델」에 비추어 개인차는 합리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마틴·루터·킹」목사가 세운 흑인학교나 「디트로이트」의 백인학교는 다같이 그 성취도가 높았다. 이 두 학교의 실례에서 학생이 가정배경에 관계없이 가능성을 최대한 성취할 수 있는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환경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교사는 피교육자의 능력을 변화시켜 성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풍토조성에 좌우됨을 알았다. 개인차에 맞도록 조성해 온 학교풍토를 모든 학생이 다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풍토로 전환할 때 교육기회의 균등은 보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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