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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83에 또 한번 놀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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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구리 9단 ●·안성준 5단

제7보(78~83)=구리 9단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안성준 5단의 요염하기 이를 데 없는 축머리 한 방이 일을 냈지요. 흑▲도 좋은 수여서 78과 79는 필연이네요. 여기서 80으로 석 점을 잡아 백도 제법 크게 집을 지은 것 같지만 하변이 무너진 것을 생각하면 별게 아닙니다. 맛도 꽤 나쁘군요. 게다가 81, 이곳을 밀리자 구리 9단의 입에선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고수들은 이런 곳을 밀리는 것을 대마가 죽는 것 만큼이나 아파합니다. 이 백이 죽는 건 아니지요. ‘참고도1’ 백1에 두면 목숨은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선 흑2를 당해야 하고 백5나 7 같은 악수를 두어야 하니 죽을 맛이지요. 그럴 바엔 차라리 죽자고 구리는 결심합니다. 지금 당장 뭔가 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다고 본 날카로운 승부호흡이라 하겠습니다.

 82는 일종의 선제 공격에 해당합니다. 흑A로 잇게 하여 이 돌을 무겁게 만든 다음 B로 가른다는 구상이지요. 이 흑을 잘 쫓다 보면 상변은 저절로 무너지고 그렇게 형세의 균형을 잡은 다음 손을 돌려 좌하귀를 살린다면 긴 승부가 되겠지요. 구리의 시니리오입니다.

 한데 여기서 안성준 5단, 또 한번 몹시 깜짝 놀랄 한 수를 둡니다. 바로 83인데요, C의 차단을 노린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싫어 ‘참고도2’ 백1로 응수한다면 흑2의 멋진 연결이 성립합니다. 구리 9단이 신음을 토하며 자세를 고쳐 앉고 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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