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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SKY WA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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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대한항공=‘Caring More About You.’

승객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다짐하는 스카이팀의 공식 구호처럼 대한항공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가장 강조한다.

스카이팀이 규모는 작지만 매년 한번씩 최고 경영자들이 모일 정도의 단단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갑자기 일정이 바뀔 경우에도 세계 5백12개 도시에서 회원사들의 8천2백여개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교통부로 부터 북태평양 노선에서 유일하게 반독점면제 승인을 받아 미국내 1백여개 도시까지 연결되는 델타항공의 노선망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한항공이 자신하는 부분이다.

#아시아나 항공=‘Seamless Network.’

어떤 승객도 스타 얼라이언스의 노선망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자부심을 보여주는 구호다.

아시아나 항공이 가입한 스타 얼라이언스는 최대 항공 동맹체 답게 전세계 7백29개 공항을 연결하는 광대한 노선망을 자랑한다. 아시아나는 이를 이용해 VIP 고객 유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 라운지 이용 등이 만족스럽지 못해 외면받았던 설움을 동맹사의 노선과 라운지를 쓸 수 있다는 호재를 바탕으로 한번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세계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아시아나의 장담이 현실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세계 최대의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의 15번째 정식 회원사로 가입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2000년에 출범한 '스카이팀'의 창설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3대 항공 동맹체 중 두개가 한국 항공사를 회원으로 맞아들여 한반도 상공에서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십개의 항공사가 경쟁하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한 나라의 항공사들이 각각 다른 세계 항공 동맹체에 가입하게 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반도 상공 쟁탈전=지난달 17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나의 스타얼라이언스 가입 행사에는 루프트한자항공 CEO인 베버 회장을 비롯한 세계 항공업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 모임을 겸해 아시아나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달 초 대한항공은 여섯명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를 모델로 '스타보다 팀'이라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제했다.

대한항공 등 여섯개 회원사로 구성된 스카이'팀'을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가입한 '스타'얼라이언스와 간접적으로 비교해 자사를 홍보한 것이다.

스타얼라이언스 홍보에 열을 올리던 아시아나는 "선발 업체답지 못한 뒤통수 치기"라며 흥분했으나 "일절 대응하지 마라"는 고위층의 지시로 그냥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광고업계의 반응도 양분됐다. "항공 동맹체의 명칭을 절묘하게 사용한 좋은 광고"라고 좋게 평가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업계 1위인 업체가 스스로 후발업체와 동등하게 비교했다는 점에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평가절하하는 쪽도 있다.

◆항공 동맹체란=세계 항공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스타 얼라이언스▶스카이팀▶원월드 등 세개의 항공 동맹체가 주도하고 있다.

단일 항공사의 노선 만으로는 다양한 승객들의 요구에 맞출 수 없게 되면서 미주.아시아.유럽 등 권역별 항공사들이 제휴해 서로의 노선을 이용하는 방식을 만들어냈으며 결국 동맹체로 발전했다.

97년 5월 세계 최초로 설립된 스타 얼라이언스는 유나이티드항공.루프트한자 등 전세계 14개 항공사가 참여해 전세계 여객 수송인원의 24%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항공사 동맹체다.

대한항공은 2000년부터 델타항공.에어프랑스 등과 스카이팀을 결성했다. 현재는 항공기 보유대수에서 스타얼라이언스의 절반 규모지만 네덜란드 KLM항공을 비롯해 미국 4,5위 항공사인 노스웨스트와 콘티넨털 등이 합류할 예정이어서 발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이끌고 있는 '원월드'도 3대 동맹체에 포함되지만 활동 상황은 스타얼라이언스나 스카이팀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하다.

한국 항공사들은 미주와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바탕으로 빅3에 참여하게 됐다. 미국에서 중국이나 동남아의 여러 도시까지 논스톱으로 비행하기가 어려운 만큼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이 주목받는 것이다.

자체 수요가 충분한 일본이 동맹체 참여에 소극적인 점도 한국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아직 동맹체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일본도 전일공(ANA)만이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한국 항공사와 승객에게 미치는 영향=일단 한국 항공사들은 북태평양 노선의 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아시아나의 경우 지난해 중국 12개 도시에 취항해 연간 1백20여만명을 수송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려는 승객이 가세하면 중국 노선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으로 향하는 한국.중국.동남아 승객도 늘 전망이다.

여기에 동맹 회원사간의 공동마케팅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나 박찬법 사장은 "회원사간 연계수요 발생과 공동 마케팅 등으로 추가적인 노선 수입만 연간 4백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루프트한자와의 기내식 사업 합작법인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항공도 스카이팀 활동을 통해 지난해 시설 공동사용, 항공유 공동구매, 여객 및 화물 수입 증대 등으로 약 5백억원의 수입증대 효과를 거두었으며, 올해는 8백억원 규모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승객 입장에선 다양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 항공권을 구입해 태국 푸켓에 가려면 방콕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친 후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으나 앞으로는 한국에서 한번의 탑승수속만 마치면 방콕 공항에서 타이항공 국내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한항공은 올들어 미 델타항공과 '무제한 좌석교류' 협정을 맺었다.

미리 정해진 좌석만 판매할 수 있었던 기존 코드쉐어 방식과는 달리 미국 국내선을 포함한 델타항공의 좌석을 필요한 만큼 판매한 뒤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항공사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마일리지 공유도 매력적이다.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등에서 쌓은 마일리지로 델타항공의 보너스 항공권을 받아 미국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회원사의 공항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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