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윤리경영 바람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7면

국민은행 직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컴퓨터를 부팅하기 전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당신은 사내 윤리강령을 잘 준수하고 있습니까','혹시 성희롱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등 5개 질문이 화면에 뜨는데 자신의 실천내용을 답해야 비로소 컴퓨터 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준법감시팀 신화영 차장은 "기업의 윤리의식 정도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윤리의식 고취차원에서 직원들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경영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손꼽을 정도였지만 올 들어서는 수십개사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이나 직원이 정직하고 투명하지 않고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서다.

특히 지난달 윤리경영 확산을 목적으로 한 윤경(倫競.윤리가 경쟁력이다)포럼이 결성된 후 윤리경영을 하겠다는 기업들은 확산일로에 있다. 윤경포럼은 윤리경영에 대한 각종 세미나를 주관하고 그 내용을 기업들에 전파,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결성된 민간포럼이다.

국민은행은 2001년 말 사내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강령의 핵심내용은 정직한 경영으로 고객만족을 극대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부서별로 임직원 법규준수 행동기준을 마련, 계약과정에서 조그마한 부정행위도 용납지 않겠다는 청렴계약제도를 도입하고 업무와 관련된 금품이나 향응수수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윤리경영을 고객들에게 까지 확산하고 있는데 투명한 회계감사를 받는 고객사들에 회계감사비의 70%를 지원해준다. 기업회계가 투명하면 기업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은행 입장에서도 부실여신을 줄일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윈윈 게임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1천3백여 지점의 업적평가내용에 윤리경영 실적이 10%를 차지하도록 했다.

신차장은 "직원들이 윤리의식이 경영상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는지 산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줄고 경영이 좋아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신격호 회장은 2000년 롯데백화점 노사분규 당시 그 원인을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실종에서 찾았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정직하지 못해 반목과 질시가 사내에서 난무했다는 것이다. 신회장은 곧바로 전 계열사에 윤리교육과 윤리경영을 주문했고 2000년 말 전 임직원이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롯데는 윤리교육을 전담하는 챌린지팀을 두고 지금까지 임직원 4만여명에게 윤리교육을 했다. 요즘에도 인터넷을 통해 전직원에게 윤리경영을 교육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 덕에 최근 2년간 1만6천여건에 달한 고객불만 90%이상을 현장에서 즉시 해결하거나 늦어도 2~3일 내에 처리했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성실히 근무해야 한다는 윤리교육 덕에 고객들의 불만을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임직원 평가에서도 개인의 윤리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생활용품업체인 유한킴벌리 전직원은 '유한킴벌리 행동규범'이라는 책자를 소지하고 다닌다. 인간존중과 사회공헌을 위해 개개인이 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다. 여기에는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진정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길 줄 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조회나 창립기념식 등 행사가 없다. 대신 기념일날 원하는 직원들이 모여 국유림에 나무를 심는 행사를 벌인다. 나무를 심는 환경친화적 활동이 회사의 윤리성을 강화시킨다는 문국현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2개월마다 최고경영자가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현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최형규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