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정류장서 조각전|「파리」의 제2회 「3월 전」대성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파리」의 지하철 정류장「셍·오귀스텡」이 지난5일부터 거대한 조각전시장으로 돌변했다.
『예술을 대중과 밀착시킨다』는 의도로 작년3월 처음 지하철로 진출, 큰 성공을 거둔 제2회「3월 전」(살롱·드·마르스)이 막을 연 것이다. 「프랑스」·독일·일본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17명이 참가하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모두 신진들의 야심작 54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나라의 문신씨 등 제1회 「3월 전」에서 성공한 조각가들의 작품이 초대되어 한층 더 풍성하게 했다. 개막 첫날인 지난5일 「프랑스」국영TV는 이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문신 화백의 초대 출품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클로스업」시켜 우리 나라 작가의 작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파리」의 지하철 공사가 여론을 두려워해 지하철 이용자 7천여명에게 질문서를 낸 결과 97%가 예술의 지하 정거장 전시에 찬성했을 뿐만 아니라 이 경험을 토대로 좀더 전시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와 예술작품을 누구나 볼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을 증언함으로써 이번 제2회「3월 전」을 또다시 열게되었다고 주최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주최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제1회 때 5백40만여명이 관람, 어느 화랑에서도 볼 수 없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하루 30여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정거장이란 대중적인 위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이번에 작품 5점 내고 있는 「그리스]의 신진 여류조각가 「리베라키」는 『예술작품은 어디까지나 대중을 위한 것이지 작가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대중과의 접촉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화랑전시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화랑 무용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문신 화백의 이번 출품작은 모두 그의 이른바 「개미」계열의 높이65cm가, 폭18cm짜리『프리미·다이내믹』 등 2점. 그의 작품은 하나의 동으로부터 시작되어 형체를 구성하게 되는 선이 작용해서 어느 한 형상을 이루어 간다는 것으로 구체에서 양쪽 두 선은 계속 뻗어 올라 수염같은 형체로 나타나고 그 중간에 흡사 개미의 눈 같은 것이 돋아나며 하부에는 생식기의 모습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조각은 동양의 토속미, 그리고 개미같은 은근과 끈기를 작품의 바탕으로 해 서양인들의 시선에는 특이한 작품으로 보이는 것 같다. 어쨌든 문신씨는 「3월 전」을 통해 「프랑스」화단에 굳은 지형을 갖게 된 것만은 틀림없으며 국제적인 전위 조각전인 「윌덴슈타인」에도 초대를 받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프랑스」의 「뒤뷔페」「질레」, 영국의 「헨리·무어」「쿠바]의 「카르데나스」, 독일의 「하르퉁」같은 거장들이 참가하게 돼 있으며 「위버·인터내셔널」이란 명칭으로 「런던」「뉴요크」「붸노스아이레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어쨌든 한국의 한 작가를 성공으로 이끌어주게 한 「3월 전」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며 「메트로」라는 대중교통 수단을 l백% 활용함으로써 「메트로」에서 내리거나 타고 가면서 비의도적으로 보게되는 관객까지 포함, 7백여만명의 관객을 끌게 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