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남북조절위회의의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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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일∼15일에 열린 제2차 남북조절위원회의는 쌍방이 남북관계에 관해 광범위한 의견교환을 하고 폐되었다. 이 회의에서 쌍방은 비록 공동성명은 발표치 않았지만 각기 구체성을 띤 제안을 내놓아 앞으로의 회의진행방향에 관해 많은 시사를 주는 회의이었다.
이 회의에서 우리측 공동위원장은 북한측에 대해 우선 경제분과위원회와 사회문화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제·학술·문화·예술등 분야에서 교류를 시도하고, 이 교류를 통해서 상호신뢰의 바탕이 마련되면 근우에 정치·군사문제를 토의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우리측은 또 판문점에 설치할 남북조절위 공동사무국 설치문제와 조절위및 간사회의의 운영세칙도 마련할 것을 아울러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남북문제의 개관은 군사적 대치상태의 해소에 있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면서 군비축소·평화협정체결·남북조절위원의 5개분과위원회 설치를 내세웠다.
작년의 7·4공동성명이후 이 성명에 근거하여 마련된 남북조근위가 남북간 정식대화의 「루트」를 터놓은대 뒤이어서 쌍방이 남북관계를 개선키 위한 정책안을 내놓고 광당단하게 의견교환을 하게되었다는 것은 남북간 대화가 이제 실질적인 토의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남북간의대립·긴장을 완화하고 남북이 평화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닦는대 있어 우리측이 생각하는 것과 저들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아직도 그 방법론상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리측은 우선 해결하기 쉬운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감으로써 상호신뢰의 바탕을 마련하고, 그 뒤에 정치와 군사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대뜸 군비축소·평화조약체결등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다루어 남북관계를 일거에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상기 두 주장중 어느쪽이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가는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북대립의 가혹한 역사적현실로 보아 학장해소와 평화공존기반 구축에는 상당히 긴 시일의 경과가 필요하고. 어떠한 문제이든 타협이 이루어 지려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고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해결은 이를 뒤로 리루는 것이 문제의 전반적 해결에 착실히 접근할 수 있는 방법임이 너무도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적대감정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처지에서 남북간에 서로 상호신뢰의 바탕을 구축치 않고서 군협정이나 평화조약을 맺어보았댔자 그 약속은 실속을 갖기 어렵다는 점등을 고려에 넣는다고 하면 우리안이 북한측안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임은 누구도 시인을 아끼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우리측 주장의 정당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북한측이 자기네들의 주장을 고집하는 한 회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말 것이다. 여기 의견차를 좁히기위해 계속 회합을 거듭치 않으면 안될 근본이유가 있다.이번 조절위 2차회담은 때마침 발생한 우도간첩사건과 휴전선에서의 전정사건직후에 열린 회담였음에도 불구하고 회담분위기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성실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조절위원회는 계속 성실하고 진지한 회담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이미 드러난 의견차를 좁히기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북한측이 민족적양심에서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기를 원한다면 우리주장의 수락을 껴려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대표가 계속 인내깊은 설득공작을 벌일 것을 요망하면서 회담의 진전이나 결과에 대해서 너무 조급한 기대를 걸어 일희일비하는 태도는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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