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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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따금 미국엘 들러보면 우리 교포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흩어져 사는 것을 만나곤 한다. 해마다 수천명씩 이민을 하니 그럴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거기에 가면 본국에서는 볼 수 없던 한가지 특수한 현장이 있다. 그것은 누구나 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다. 남자는 물론 생계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 말할 것 없다. 아침 일찌기 직장에 나가 일과를 마치고는 또 저녁에 일거리를 찾아서 저녁직장에 나갔다가 밤11시가 지나야 집에 돌아온다. 남자뿐만이 아니다. 부인들도 역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는 도시락을 싸들고 자기의 직장을 찾아간다. 온 종일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식사를 해야하고, 집안 정리를 해야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나면 밤1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부인들이 시장에 갈 시간도 없어서 대개의 경우 남자들이 시장에 가서 아내가 주문한 물건들을 사오는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분들의 대부분은 그래도 한국에 있을때 어느 정도 생활에 안정이 되어있던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분들은 대개가 남자인 경우 육체노동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을 것이고, 부인들의 경우에도 집에 돕는 사람을 두고 살아 자기 옷 하나 빨아 입지 않고 지내던 분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미국이란 사회는 일하지 않고 살수 없이 되어 있어 다른 사람을 집에 두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 없고,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전문적인 일이 아닌 이상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이다.
나는 미국에 가서 우리 교포들을 볼 때마다 우리국민 모두가 이만큼 부지런히 일하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빨리 발전할까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외국에서는 육체노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부인이 남의 집 아이 보기(Babysitter)나 식당에서 심부름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 가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과거의 관념이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을 양반으로 존대하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을 상놈이라고 천대한데서 생긴 패풍이다.
일은 우리인간의 천직이다. 인간과 일을 떼어서 생각할수 없다. 일하는 것은 생의 원리이다. 따라서 모든 일은 신성하다. 전에 「플라톤」같은 철학자도 『육체노동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그러나 「마틴·루터」는 『뜰을 쓰는 청소부나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사나 다같이 신성한 일을 한다』고 하였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축복이 있다. 우선 일하는 사람은 바른 지식을 얻는다. 과학도가 실험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인 건강도 일하는 사람이 얻는 축복이다. 그래서 요사이 일하지 않아서 생긴 육체적인 병이나 정신적인 병은 치료하는데 소위 직업요법을 사용한다. 일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도 바로 산다. 대개 탈선하는 사람은 한가한데서부터 생긴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여유도 없다.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하는 가정이 행복하고, 일하는 국민을 가진 나라는 번영한다.
박조준<승영교회당회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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