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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재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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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대법원장은 제6대 대법원장취임에 즈음하여 법관인사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민대법원장은 인사에 있어 사법쇄신을 시도하고 기강확립에 앞장 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하고 있어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대법원장은 법관정년으로 퇴직하는 11명의 각급법원법관과 재천명이 안되는 법관, 그리고 현재 결원중인 34명의 법관의 보충을 위하여 재야법조인을 대거 기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사법인사에 신풍이 불것이 기대된다. 사법망의 신규임용에서 재야법조인을 대거 기용하는 것은 법조일원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모든 인사가 다 그렇지만 특히 법관의 인사에 있어서는 그 임용의 기준이 문제가 된다. 대법원장 자신은 결격자를 과감히 도태하겠다고 하였는데 법관의 결격사유를 어떤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인가.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제까지 임명된 법관중에서 이 형식적 요건에 위배되는 사람이 있지는 않다. 따라서 법관의 결격사유란 실질적 의미에 있어서 법관으로서 부적합한 사람이 아닌가한다.
법관의 독립성과 신분이 보장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이 완전히 자유로이 처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관이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하여 편파적인 판결을 해서는 안될 것은 물론이다. 『법관은 탄핵·형벌 또는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정직·감봉되거나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하도록』헌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관이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한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징계처분에 의하여 면직돼야할 것이요,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외국의 경우 법관은 선량한 형태를 유지하는한 종신직으로 재임하는 것이 통례이다. 따라서 파렴치한 일을 했다거나 편파적으로 법을 왜곡하는 재판을 한 사람은 이를 징계에 의해서 해임하고, 징계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종신 재직할 수 있게 하고있는 것이 각국 법조의 확립된 관례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법관에게 재판상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는것은 그들이 헌법과 법률을 양심에 따라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의 해석이나 법률의 해석에는 견해 차이가 있기 마련이요, 그렇기 때문에 3심제가 있고 또 헌법위원회제도까지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헌법에도 법관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고 하고 있으므로 법적양심에 따라 헌법과 법률을 해석한 판사에 대해서는 부당한 인사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법관의 재임명에 있어 대법원장은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도태한다고 하고 있어, 이번에 재임명되지 않는 사람이 혹은 도덕적인 면에서 불명예제대와 같은 인상을 받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법관의 재임명제청에 있어 엄격히 재판관으로서 부적격하고 도덕적으로 문책될 수 있는 사람만을 제외함으로써 전반적으로 법관의 사기를 높이도록 배려하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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