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의 식량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2년중 세계적인 흉작으로 인해 국제식료품가격이 등귀하고 있으며 올해도 흉작이 계속된다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 것이 우려되고 있다.
작년 8월 미국 농무성은 소련이 미국에서 4억「부셀」(1부셀 약 27.2kg)에 달하는 소맥을 사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소맥수확은 16억「부셀」의 4분의 1을 수입한다는 것으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맥 가격은 즉각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련이 소맥을 수입해 가는 것은 『1백년만의 흉작』때문이다. 작년도 소련의 소맥작황은 전년비 19%가 줄어든 1천9백만t의 감산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흉작에 대처하여 소련은 미국 이외에도 캐나다·프랑스·호주·스웨덴 등에서 총 2천7백만t의 외곡을 들여가기로 결정하고 있다.
흉작 때문에 곡물을 도입해 가는 것은 중공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 중공은 2천만 「부셀」의 소맥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들여가기로 결정했다.
공산권뿐만 아니라 72년 중의 흉작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인도는 강우량 부족으로 2천만t의 곡물부족현상을 겪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은 20만명이 굶주림을 겪으리라고 전해지고 있다.
「버마」의 72년도 쌀 작황은 한발로 30% 감수가 예상되고있고 인니는 1천2백만의 수요에 비해 40여만t이 부족할 것이라는 얘기다. 「필리핀」은 반대로 홍수피해를 입어 약 90만t의 양곡수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필리핀」은 이른바 『기적의 볍씨』로 3년간 식량자급을 실현했으나 일단 악천후에서는 병충해에 약하다는 단점을 드러내 이 볍씨의 재평가가 문제화되고 있다.
이밖에 중남미 각국도 가뭄으로 감수가 불가피했으며 양곡의 대수출국인 호주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세계적인 식량부족현상은 금년을 국제통화문제와 함께 식량전쟁의 해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후 식량수급 동향을 보면 지금까지 7년 주기로 풍·흉이 교체되고 있다.
제1기는 전후 기아시대였으나 53년부터 과잉시대에 접어들었으며 60년에 다시 기아시대로 접어들었다.
이후 7년만인 67년에 다시 풍작으로 과잉시대를 기록했고 이번에는 1년 앞당겨 기아시대로 들어가려는 감을 주고있다.
양곡은 수요에 맞추어 즉각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탄력성이 없으며 풍작이라고 해도 저장이 어려워 언제까지나 보관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문제해결이 용이하지 않다.
아뭏든 식량부족현상으로 금년 말 7대 수출국의 소맥재고는 3천2백만t으로 식량부족기였던 52∼53년의 최저수준인 3천4백40만t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수급사정을 반영하여 소맥의 국제가격은 작년 6월 「시카고」현물시장가격 「부셀」당 1.40달러에서 지난 2월에는 2.60달러까지 뛰어올랐고 쌀은 t당 1백달러 이하(태국쌀 기준)에서 금년 초에는 1백60달러, 대두는 작년 10월의 「부셀」당 3.49달러(시카고시장 시세)에서 2월에는 5.54달러로 폭등했다.
흉작의 원인은 소련을 비롯한 북반구의 이상난동, 중동지역의 이상한파 등 지구의 이상한 기상조건을 지적할 수 있다.
지구는 현재 제4 소빙하기에 들어서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위도가 높은 지역은 저온, 낮은 지역은 가뭄을 겪고있다.
63년부터 세계적으로 이상기상이 다발하고 있는 것은 세계전체의 평균기온이 낮아지는데 있다고 기상학자는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에 따른 공업화가 지구의 태양열 흡수를 방해하는 매연을 대규모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더우기 금년은 태양활동이 극소기에 들어간다고 하므로 기후조건이 염려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식량부족현상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을 우울한 사태로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