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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세단 시장, 올해의 주인공은 바로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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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의 세대 교체. 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이슈다. 현대 제네시스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간판 세단이 신형으로 거듭났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나 포르셰 파나메라 등의 개성파 세단도 새 단장을 마쳤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프리미엄 세단으로 신분 상승
현대 신형 제네시스

국산차 가운데에선 현대차가 지난달 26일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가 가장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의 뒷바퀴 굴림 세단 프로젝트는 2008년 1세대 제네시스와 함께 막을 올렸다. 이듬해엔 굴림 방식을 앞바퀴에서 뒷바퀴로 뒤집은 2세대 에쿠스를 선보였다. 이번 제네시스를 계기로 현대차의 뒷바퀴 굴림 세단은 완성도를 한층 높인 ‘시즌2’로 접어들게 됐다.

신형 제네시스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옵션으로 마련한 상시 사륜구동(AWD)이다. 현대차는 이 시스템에 ‘에이치트랙(HTRAC)’이란 이름을 붙였다. 현대차를 상징하는 ‘H’와 트랙션 컨트롤(구동)을 뜻하는 ‘TRAC’를 짝지은 합성어다. 현대차도 아우디의 ‘콰트로’, 메르세데스-벤츠의 ‘4매틱’, BMW의 ‘x드라이브’처럼 사륜구동 시스템의 브랜드화를 추구했다.

또 신형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을 위해 현대차가 앞세운 야심작이다. 그 때문에 편의 장비와 안전성·품질을 크게 개선했다. 최근 현대차는 디자인과 운전 감각은 BMW, 감성 품질과 브랜드 위상은 아우디를 벤치마킹하는 느낌이다. 아우디는 20세기 창업한 자동차 업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신분 상승을 하는 데 성공한 브랜드다.

현대차는 지난달 서울과 부산에 전용 전시장 ‘더 제네시스’를 한시적으로 열었다. ‘더 제네시스’로 단장한 서울 청담동의 비욘드 뮤지엄을 찾았다. 전화 예약 후 방문하자 젊은 남녀가 깍듯하게 안내했다. 시승까지 동행해 각종 기능을 설명해 줬다. 시승시간은 10분 남짓. 차를 속속들이 파악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숙성에 놀라기엔 충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지난달 27일엔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가 국내에 출시됐다. 벤츠코리아는 서울 마포의 월드컵 광장 내에 꾸민 특설무대에 1000여 명을 초청해 성대한 신차 발표회를 치렀다. 독일 본사의 디터 체체 회장도 참석했다. S클래스의 S는 독일어로 특별하다는 의미를 상징한다. 벤츠는 1972년부터 라인업의 꼭짓점을 장식하는 세단에 S와 숫자를 조합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최고급 세단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다. 2012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모델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 바로 벤츠 S클래스였다. 생산대수 기준으로 6만5000여 대를 기록했다. 그 뒤를 5만9000여 대의 7시리즈, 3만5900여 대의 A8, 1만5000여 대의 XJ, 1만 대 미만의 LS가 이었다.

8년 만의 변신인 만큼 이번 S클래스엔 그동안 벤츠가 갈고 닦은 신기술이 집약되었다. 외모는 더 매끈하고 웅장해졌다. 실내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를 대형 디스플레이 두 장으로 갈음했다. 열선은 시트뿐 아니라 도어 안쪽 손잡이와 가운데 팔걸이 등 신체가 닿을 부위에 빠짐없이 깔았다. 뒷좌석은 등받이를 43.5도까지 눕힐 수 있다.

아울러 벤츠의 최신 장비를 빠짐없이 챙겼다. 예컨대 긴급 제동장치는 전방의 차뿐 아니라 보행자까지 인식한다. 휴대전화 테더링을 하면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카메라는 차 주변 360도의 풍경을 비춰 화면에 띄운다. 운전 감각은 기계가 절반은 대신해 주는 느낌이 들 만큼 정교하다. 신형 S클래스가 나오면서 라이벌이 따라잡아야 할 목표 역시 한층 뚜렷해졌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감성 자극하는 스포츠 세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도로 위에 벤츠와 BMW가 흔해졌다. 따라서 희소성이 있는 대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가 주목받는 이유다. 콰트로포르테는 스포츠 세단의 원조로 손꼽힌다. 1963년 처음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은 6세대째다. 바로 전 세대 콰트로포르테는 별미였다. 자극적인 사운드와 스릴을 조장하는 움직임으로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개성이 강한 만큼 호불호도 뚜렷이 나뉘었다. 그런데 이번 6세대 신형은 확 바뀌었다. 으쓱대고 거들먹거리는 느낌으로 몰던 차가 돌연 정색을 하고 진지해져서 돌아왔다. 가령 배기음은 운전석에선 희미하게 들린다. 운전 감각도 많이 달라졌다. 뭔가 보여주고 압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듯하다. 너무 옥죄거나 느슨하지 않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실내는 상식이 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근깨처럼 자글자글했던 스위치를 몽땅 없앴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스크린 모니터 속에 녹여 넣었다. 계기판 한복판의 정보창은 곱디고운 화질의 디스플레이로 구동력 배분 등 아기자기한 정보를 띄운다.

뒷좌석은 운전기사를 두고 다른 브랜드의 기함급 차를 타던 사람이 적응하기엔 상대적으로 좁고 편의장비가 아쉬운 편이다.

물론 콰트로포르테는 직접 모는 게 어울린다. 차도 한층 빨라졌다. V6 3.0L 410마력 엔진에 사륜구동을 물린 시승 차는 0→시속 100㎞ 가속을 5.1초에 마쳤다. 평소 멀찍이 물러났던 사운드는 가속페달을 꾹 밟을 땐 옳다거니 되돌아왔다. 신형으로 거듭나면서 콰트로포르테는 한층 성숙해졌다. 말초적 자극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몸놀림이 매력적인 차로 거듭났다.

포르셰 파나메라 4S

세단과 스포츠카의 교집합
포르셰 파나메라 4S

이전 포르셰는 총기가 번뜩이는 개인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였다. 창업자부터 그랬다. 그러나 이젠 고도로 최적화된 조직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번 신형 파나메라 4S를 보면 완벽주의에 사무친 모기업 폴크스바겐 그룹이 떠오른다. 성능과 연비·감성 등 모든 면의 정점에 서 있다. 효율과 재미는 물론 스릴까지 철저히 계산된 느낌이다.

파나메라 홀로 너무 완벽하다 보니 동급에서 비교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 설령 저울질한들 감성이나 전통 등으로 에둘러 주제를 바꾸기 십상이다. 파나메라 4S는 시승 평가와 관련된 모든 항목의 궁극점을 보여줬다. 옵션으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달고 론치 컨트롤(급출발 제어장치)을 쓸 경우 시속 100㎞ 가속을 4.5초 만에 마친다.

하지만 빠르게 달릴 때도 피곤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핸들링은 큰 덩치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깔끔하다. 우월한 유전자는 승차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컴포트 모드에선 여느 기함 못지않게 매끄럽고 부드럽다. 시승차는 옵션인 스포츠 머플러를 달았다. 버튼을 누르면 플랩이 열리면서 볼륨이 커졌다. 사운드가 시종일관 감성을 자극했다. 그러나 거슬리진 않았다.

파나메라 4S는 눈치가 9단이다.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반응하고 움직인다. 파나메라는 스포츠 세단의 현대적 기준을 새로 세웠다. 지금 타고 있는 기함에서 일탈하고 싶다면 파나메라는 후회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뒷좌석에 주로 탄다면 명심할 점이 있다. 뚱뚱한 몸을 떠받들기엔 시트의 너비가 다소 빠듯하다.

김기범 객원기자, 로드테스트 편집장 ceo@road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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