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모택동 회담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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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대통령 안보담당특별보좌관「키신저」는 5일간의 중공방문을 끝내고 19일 동경경유, 귀국의 길에 올랐다. 그는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 중공의 모택동·주은래 등과 무려 20시간 이상의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주은래 중공수상은 이 회담을 가리켜 『대단히 유익』했다고 평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번 미·중공회담에서는 양국관계를 포함,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해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었고, 또 양국의 견해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관측된다.
금차의 미·중공간 고위층회담은 월남휴전협정성립후의 새로운 정세상황을 배경으로 미·중공관계의 정상화 문제, 그리고 두 나라의. 대동「아시아」정책을 폭넓게 토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지하는바 월남전쟁의 지속은 미·중공관계정상화를 가로막는 중요장해의 하나였다. 따라서 월남휴전협정의 성립은 미·중공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휴전이 성립한 차제에 미·중공이 국교정상화를 위한 본격작업을 벌인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미·중공간 관계정상화를 아직도 저해하고 있는 것은 대만문제이다. 작년 2월말 미·중공정상회담직후 발표된「상해공동선언」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긴장이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인 보호를 하겠다고 언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공은 대만으로부터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지만 그 태도는 강경치 않았던 것으로 전한다. 대만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권 밖에 서게되어 국민당정부가 안보에 중대한 불안을 느끼게 되면 국부가 소련해군의 힘을 빌게될는지 모른다는 예측이 중공으로 하여금 미군철수를 강력히 들고 나오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대만문제가 미해결로 남아있다 해서 미·중공국교정상화를 무작정 지연시킬 수는 없다. 오늘날 중공이 미국과 수교할 필요성은 미국이 중공과 수교할 필요성보다 분명히 더 절실한 것이다. 「유럽」정세의 결정적 해빙과, 소련의 중공에 대한 군사적 압력의 가강은 중공으로 하여금 소련과 대결키 위해 미국의 힘을 빌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미국과 사이좋게 지낼 필요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에 넣는다고 하면 중공의 대미수교정책은 현실적으로 상상한 유연성을 지니지 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경으로부터의 외신보도는 미·중공이 대만문제해결을 장차의 과제로 미루어 놓고, 금년 안으로 서로들「통상대표부」같은 것을 만들어 경제교류·문화교류부터 시작하리라고 한다. 이것이 아마도 극동정세를 격동시키지 않고 미·중공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겠는가 하고 우려는 생각한다.
「키신저」가 중공수뇌 측과 회담하는 동안 북한은 외상 허담을 북경에 보내 중공정부와 요담케 했다. 아마도 북한은 미·중공회담이 한반도에서의 분단현황동결 기운을 성숙시키고, 중공이 주한미군의 계속잔류를 인정할까 두려워 사절을 보내 가지고 중공으로 하여금 주한미군철수를 종용케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 가고 추측된다. 북한측의 주한미군철수 주장에 대해서 중공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며. 미·중공회담이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아직까지는 밝혀진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중공관계정상화 작업의 진전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한층 박차를 가하리라는 사실이다. 남북한의 대립은 국제권력정치의 시야에서 보면 미·소간의 대립이요, 미·중공간의 대립인 동시에 일·중공간의 대립이기도 하다. 이들 3대국 대립의 완화나. 평화공존화가 남북한간 해빙을 촉구하리라는 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이 중공을 통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던 전략에 차질을 느꼈다면, 북한은 중·소 대립을 이용하여 소련의 힘을 빌어 주한미군철수의 목적을 달성코자 책동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소·중공·북한 3각 관계의 변화를 예의 주시치 않을 수 없는 소이이다.
미·중공의 접근은 이를 시기하는 소련이나, 미국보다 앞질러서 중공에 밀착하려는 일본에 대해서 상당한 자극을 줄 것이다. 이 자극에 대한 반작용이 4강의 세력균형 형성과정에 있는 동 「아시아」지역에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우리는 큰 관심을 가지고 사태진전을 관찰하고 분석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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