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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글로벌 리더십과 소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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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정조는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이끌기 위해 실학사상을 확산시키며 일류국가 조선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그의 서거와 함께 조선사회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되며 조선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1863년 즉위한 고종 대에 접어들어 조선왕조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국가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처해버렸다.

이즈음 일본과 청나라를 비롯해 세계의 열강들은 한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게 됐다. 불행히도 조선의 고위 관료들은 대부분 그 동안 누려왔던 부귀영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서슴지 않는 불행한 형국이 지속됐다.

 백성들의 삶은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비참해졌으며, 중앙정부에는 세금이 제대로 징수되지 않고 부정부패가 극에 달해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 자체가 뿌리 채 흔들리게 됐다. 흥선대원군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외세를 외면하며 쇄국정책을 추진해나가면서도 왕권강화라는 명분에 갇혀 군사력을 선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정부의 재정을 경복궁 재건에 대폭적으로 투입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조선왕조의 멸망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고종과 명성황후의 무능력에서 그 해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당시 조선사회는 청나라의 양명학과 천주교와 서양사상의 유입으로 과학기술과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한 실학사상이 대두됐지만 안타깝게도 유교적 권위주의는 실학사상의 발전을 가로막고 말았다.

 고려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된 유교문화는 조선시대에 꽃을 피우며,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만연해 있던 퇴폐문화를 일소하고 가족제도를 반듯하게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조선 중기에 접어들자 유교문화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확산되며 조선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변질돼 갔다. 또 조선의 권력자들은 중국대륙 중심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국제정세의 흐름에 둔감했고 신분차별과 사농공상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상공업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우리의 선조들은 유목문화와 농경문화,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며 반도문명의 역동성을 발전시켰으나 조선후기로 접어들면서 유목문화의 민첩함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탐구는 퇴색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정신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해야만 한다. 한국적인 정서와 가치관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전통가치를 업신여기는 접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코리안 리더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과 편견 없이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로마제국은 다민족문화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세계제국을 건설했고, 미국 또한 문화적 다양성을 융합해 세계 일등국가의 소명에 충실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다민족사회로 나아가는데 편견을 버리고 세계인들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 코리안 리더십과 서양적인 리더십의 장점을 슬기롭게 접목시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리더십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영관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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