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범죄도 대물림되는 사회, 인권 영화로 고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가난한 청소년이 저지른 사소한 범죄가 평생 그를 따라 다니는, 결국 범죄가 대물림되고 마는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2일 호주 3대 도시 브리즈번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APSA) 행사에서 ‘범죄 소년’으로 청소년영화상을 받은 영화사 남원의 박주영(38·사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날 시상식장인 브리즈번 시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의 청소년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소년·소녀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남원 공동 대표이자 남편인 강이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 대표는 “‘범죄 소년’ 제작을 위해 6개월 동안 전국 소년원과 서울·안양·김천 등 소년 교도소, 청소년 범죄 현장을 찾아 다니며 범죄 소년·소녀들의 삶을 조사했다”며 “이로 인해 ‘범죄 소년’은 극 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범죄 소년’에는 청소년 범죄의 일반적인 모습이 담겨졌다. 영화에서 미혼모의 소생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16세 소년 장지구(서영주 역)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빈집털이에 가담했다 체포된다. 다른 친구들은 보호 처분을 받는 반면 돌봐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지구는 1년 동안 소년원에 수감된다. 소년원에서 어머니 장효승(이정현 역)과 상봉하는데 어머니 역시 소년원 출신으로 10대에 자신을 낳은 사실을 알게 된다. 출소 후 함께 사는 모자를 통해 세대를 이어가는 범죄의 악순환을 짚는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만든 인권 영화다. 인권위의 도움이 있었기에 국내 최초의 소년원 촬영이 성사됐고, 법원에서 소년 재판을 받는 과정과 소년원의 일상 등을 담을 수 있었다. 일부 소년원생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사람과 사랑이 나오는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사회 모순을 비판하는 영화를 제작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사인 시네2000·청어람·시네마서비스·필름매니아에서 일하며 ‘여고괴담 2’ ‘태풍태양’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배우 이병헌씨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이 씨는 영화 촬영으로 시상식장에 참석하지 못 했다. 시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미술관 옆 동물원’ ‘더 테러 라이브’ 등을 통해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공로로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주는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브리즈번=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