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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강도설득 자백시킨 노 여 운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청량리경찰서는 1일 여자 「택시」운전사를 칼로 위협, 돈을 뻐앗으려던 이모군 (17· 모고교2년중퇴)을 강도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이군을 실득, 경찰에 자수시킨 서울영2-106호 여자운전사 정순화양 (26)을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했다.
이군은 지난31일 밤9시30분쯤 서울동대문구청량리 「로터리」에서 정양이 모는 「택시」를 타고 상계동종점을 돌아 망우동고갯길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과도2개를 들이대고 돈을 요구했다.
정양은 이군이 앳되어 보이고 떠는 것을 보자 『왜 돈이 필요하며 강도질 같은 나쁜일을 하느냐』고 나무랐다.
이군은 『그렇다, 아파 누운 아버지 (이인식· 51)의 약값 5천원을 마련키위해 할 수 없이 이것을 생각했다』고 대답하고 금새 두눈에 회한의 눈물이 맺혔다.
『가진돈은 많지 않지만 우리집에 가서라도 돈은 달라는대로 주겠다. 다만 죄를 짓지말고 착하게 살자』고 타일렀다. 3년전만해도 외아들인 이군은 남부럽지 않게 학교에 다녔다.
아버지 이씨는 세무공무원으로 있다가 몸이 약해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생활이 쪼들리자 지난달23일 중앙고속 「버스」청소부로 취직, 밤늦게 들어오다 빙판에 미끄러져 허리를 삐있다. 할 수 없이 아현동에 사는 이모집에 치료비를 꾸러가 보기도 했으나 대입시에 낙방한 사촌형때문에 이모집은 초상집이나 같았다.
빈손으로 나오게된 이군은 이모집 부엌에서 식칼을 본 순간적으로 법행할 것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정양은 이군의 두손을 붙잡고 경찰에 데리고 왔다.
이날 마침 청량리서에 초도순시 나왔던 고동철 시경국장이 정양을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하고 즉석에서 금일봉을 주자 이 돈을 정양은 이군에게 주어 위로했다. 또 청량리 윤기원 총경은 이군 집에 쌀한가마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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