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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선거 과열」|사전 운동 내사와 현지의 시시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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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최고의 집념>
많은 사람들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선거 서전의 큰 관심사가 돼 있다.
1일 상오 청와대를 다녀 나온 길전식 공화당 사무 총장은 『사전 선거 운동으로 후보 등록 뒤에 입건될 것이 확실한 사람은 아예 공천 심사 대상에서 빼겠다』고 말해 많은 공천 신청자들은 마음을 죄고 있다.
길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기필코 공명 선거를 치러야겠다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최고의 집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길 총장은 『공천 신청자들이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기술자들이기 때문에 입건될 만큼 무모한 것은 안하고 교묘하게 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내사 대상자 중에는 국민 투표가 끝난 뒤 추석 때 주다 남은 「와이샤스」표를 당원들에게 돌려준 것까지 문제가 되었을 정도』라고 했다.

<금품 수수 안 드러나>
길 총장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사전 선거 운동은 검찰의 선거 사범 전담반에 의해 조사돼 왔고 강원도의 경우 8대 의원을 지낸 공화당 중진 등 도내 입후보 예상자 13명이 조사 대상이다.
일부 공화당 간부는 『대부분의 「케이스」가 경미한 탈법 행위』라고 애써 감싸지만 이미 사전 운동 혐의 때문에 공천을 포기한 8대 의원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여야 입후보자들의 운동 열은 「브레이크」에 걸려 있는게 분명하다.
선거의 타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금품이 오가는 것. 선거구 일선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몇백만원을 썼느니, 누가 몇천만원을 준비했느니 하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사전 운동의 규제 대상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이 금품 수수인데 이중에서 돈의 거래는 잡히기 어렵고 물건 돌린 것이 거의 말썽 돼 있다.
선거구 일선에서 시비 거리가 돼 있는 사전 운동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캘린더」 돌리기=「캘린더」 돌리기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연례 행사였다. 따라서 8대 의원 상당수가 올해도 「캘린더」를 돌렸다.
그 중에서도 대구의 S씨는 18만장, 또 다른 H씨는 8만장의 대량 살포 「케이스」도 있다.

<이례적 조직 점검도>
전 의원들의 「캘린더」 돌리기에 덩달아 이번 선거에 나설 뜻을 가진 신인들도 「캘린더」를 돌린이가 더러 있다.
경북의 어느 지구에선 신인인 K씨가 다방에다 「캘린더」를 무더기로 주어 손님들에게 며칠을 두고 나누어주도록 했다는 것. 이 「캘린더」 돌리기 중 8대 의원이 종래 배포해온 선에서 당원들에게 돌린 것은 인사에 그쳤다고 보더라도 그의 종전 선거구를 월경, 통합된 시·군에 돌린 것, 신인이 올해 처음 득표를 위해 돌린 것. 특히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비 통상적인 방법으로 대량 배포한 것은 사전 운동의 시비 거리가 돼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사 조직 구축이나 점검. 이 「케이스」에는 정당원 보다 비정당원인 신인이 많다.
경북 다시의 H씨는 학원 재단을 중심으로 자그마치 2만명의 사조직이 있다고 자기 선전을 하고 올해 들어 세 차례에 나누어 조직 점검을 했다는 것.

<양말 한 켤레도 말썽>
규모는 작지만 여러 지역에서 득표 진단의 성격을 띤 동창회·종친회·문중의 유력자 회의·교회를 통한 출마 예고 등 사례가 있었다는 것.
전북에서는 이번 선거에 나서겠다고 어떤 실업인이 연고지의 동장에겐 설탕표, 통·반장에겐 양말을 선물했다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 성행하는 부녀 계·학교 육성회 이용도 시비 거리가 되고 있다. 어떻든 이 사조직 활동이 특정인의 지지를 부탁하는 모임이 됐다해서 말썽이다.
▲정당의 단합 대회. 선거법에선 정당의 통상 활동은 선거 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정당의 단합 대회란 이름아래 비당원이 참여하고 당원들에게 통상적인 것 이상의 돈이 돌려지고 당원 배가 운동이란 이름아래 실질적인 득표 운동 지령이 떨어졌다해서 시비 거리가 되고 있다.
▲공공 행사 참석. 선거구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연설을 했을 경우 그 내용이나 기념품 증정이 문제돼 있다. 특히 중·고교 졸업생들에게 기념품을 준 것이 사전 운동의 시비 거리가 돼 있다.
신인들이 대거 선거 예비 탐색에 뛰어들어 어느 지역이나 출마 예상자가 많다.
사전 운동의 말썽은 신인들이 일으킨 바람으로 선도되는 경우가 많다. 신인들은 선거 기반을 넓힌다는 것보다 1차로는 현지 여론 조작에 무리를 하는 수가 있기 때문.
충남 O지역에서는 재력 있는 실업인이 공화당 공천을 겨냥해 그의 몇개 기업체 직원 중 동향인사원 1백여명을 동원, 「지프」 7대로 면 단위로 유권자와 접촉하면서 사전 운동을 하게 했다해서 공천 「라이벌」들이 신경을 쓴다.
그런가 하면 서울의 S씨는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도용해서 몇 곳에 설탕표를 돌린 것이「체크」 됐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누군가가 그를 당 사문위나 당국에 입건되게 해서 공천에서 실격시키려는 계략인 것 같다는 것이다.

<라이벌끼리 신경전>
신인들이 귀향해서 학교 동창, 지방 유력자, 또는 집안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사람들과 다방이나 음식점을 어울려 다니며 자금·기반·배경 등을 선전하고 다닌다. 이런 얘기가 정당원의 조직을 통해 「체크」됐을 때 그 지역 출신 8대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 이 신경을 곤두 세운다.
특히 중앙당의 통제령에 걸려 있는 여당 사람들이 통제에 대한 간접적인 항의까지 곁들여 신인들이 선거구를 누비며 사전 운동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엄살을 부리는 경향이다.
하지만 실지로 대부분의 신인들이 일으킨다는 바람은 시나 읍의 다방가에서의 몇 사람들의 얘기일 뿐 득표로 연결되는 치밀한 사전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유권자들은 출마 예상자의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많은 예상자에 비해 공고 후 등록하는 후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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