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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장성택 라인 체포조 뜨자 北 무역일꾼 100여 명 사라졌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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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01면

장성택 실각·처형을 전후해 중국 내 북한 인맥이 잠적하고 있다. 그 전까지 필자와 쉽게 연결되던 사람들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장성택 처형’ 이후 혼란에 빠진 中 북한 채널

탈북한 지 10년쯤 된 필자는 지난 8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내 언론에 장성택 실각설이 3일 보도된 뒤였다. 장의 인맥과는 지난 5일부터 사실상 전화통화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급히 중국으로 갔다. 3일 내가 아는 한 북한 소식통은 “장성택은 노동당사에 그대로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곧 상황이 급변했다. 북한 소식통과는 어렵사리 전화통화가 됐는데 중국의 장성택 인맥은 딴판이었다. 9일엔 ‘장성택 5일 처형설’이 나와 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베이징뿐 아니라 선양(瀋陽)·광저우(廣州)의 장성택 인맥도 거의 사라졌다. 일부는 잠적, 일부는 소환 때문인 듯하다. 일단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 베이징에선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북한 무역일꾼들이 일하는 건물을 찾아봤다. 북한 일꾼들로 붐비던 방 세 개가 통째로 비워져 있었다. 대신 낯선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주변에서 오래 기다려도 눈에 익은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 끌려간 것일까? 늘 접촉하는 중국 소식통들은 “팀이 통째로 잠적한 것이다. 지키는 사람들은 체포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전화를 걸고 사람을 시켜 사무실을 계속 지켜봐도 소용없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5일 베이징 인맥과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한국으로 올 생각을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중개자를 찾았다. 덕분에 잠적한 일부 인맥과 어렵사리 연락을 취했다. 장성택이 책임을 맡았던 행정부 산하 무역기관의 중앙당 지도원급 경제일꾼은 “나는 피했다. 다른 사람도 많이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로 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을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했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동안 접촉해 온 중국인 친구들의 도움도 받았다. 그중 한 명은 “다들 겁에 질려 어쩔 바를 모르고 절망에 빠진 것 같다. 베이징에만 30명의 북한 인력이 있었는데 다 사라졌다. 선양·선전(深圳)에 있던 친구들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중국인은 “우리는 도와주려고 연락을 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사라진 이들은 대부분 장성택과 관련된 기관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중앙당 지도원급이다. 한국으로 치면 과장·국장급이다. 그들은 무역기관 소속으로 일하며 번 돈을 북한으로 송금해 왔다. 중국인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사라진 사람들은 다 체포됐나.
“북에서 체포조가 나왔다고 들었다. 그걸 보면 모두 자발적으로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끌려간 이도 있겠지만 대개는 잠적했다고 본다. 그 친구들은 장성택 총살 뒤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입장일 거다.”

-사라진 이들은 주로 누구인가.
“베이징·선양·광저우·선전의 북한 사람들이다. 특히 광저우에서 잠적한 팀은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뒤를 봐주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수십 명이 있었다. 장성택과 연결돼 있던 것 같다. 김정남도 올 초부터 광저우에 들어와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다른 곳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베이징까지 합하면 그런 사람이 100명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마카오와 인접한 주하이(珠海)에는 조선무역은행 산하 조선광선은행(일명 711국)에서 파견된 북한인들이 돈세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에도 장성택 산하 기관 소속이 많다. 유럽 쪽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의 주요국마다 북한 일꾼이 몇 명씩 있는데 다 합하면 70∼80명은 된다고 한다. 대부분 장성택과 관련된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 앞에는 소환, 잠적, 망명의 세 갈래 운명이 놓여 있다.

-잠적한 사람들은 망명할 것으로 보나.
“망명 얘기는 아직 못 들었다. 살아야 되니까 일단 피한 것 같다. 그 사람들과도 거래가 있어서 상황을 조금씩 듣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5p에 계속, 관계기사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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