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분당서 대안학교 여는 장 석 이우中·高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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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보다 나은 사회가 되려면 구성원의 질이 높아져야 되고, 그러자면 뭐니뭐니 해도 교육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현장을 보십시오. 학생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입시기계로 만드는 것 이외에 뭐가 있습니까."

오는 9월 개교를 앞두고 준비에 눈코뜰새 없는 분당 이우(以友)중.고교의 장석(張碩.46.사진)이사장은 교육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가업으로 경남 거제에서 굴 양식 및 가공수출을 하는 수산업자이자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재무담당임원(CFO)이다.

하지만 교육의 현실에 대해선 누구보다 민감하다. 중1, 3인 자녀의 학부모로서도 그렇지만 일찍이 대학(서울대 국문과)시절부터 고민해온 화두인 까닭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론은 개혁이다. 그래서 참여한 것이 이우학교 설립이다. 일종의 대안(代案)학교다.하지만 기존의 대안학교와는 개념이 다르다.

"대안학교하면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그래서 학교도 대부분 산골에 위치해 정규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거든요. 기존 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지 특정 대상만을 위한 교육은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교육이 삶의 현장과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우학교가 시골이 아닌 도시 주변에,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립되는 까닭이다. 이 같은 구상은 평소 교육개혁에 관심이 많던 학교설립추진위원회 회원들(82명)의 하나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주변을 3년이나 뒤져 분당신도시 서남쪽 광교산 자락 1만3천여평의 부지를 장만했다. 지난해 말 착공해 6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이우학교가 문을 열면 국내 최초의 도시형 대안학교가 되는 셈이다.

張이사장이 밝힌 이 학교 규모는 중학교 9개반, 고교 12반의 미니학교. 학급당 20명씩 전교생이 4백20명이다. 학교 건물도 교사 2개동과 인성교육관 등 모두 3개동으로 단출하다.

"질이 보장되고 밀도 높은 교육을 하려면 학급당 20명이 넘으면 곤란합니다. 콩나물 시루 같은 분위기에선 아무리 유능한 교사라도 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학교에서 실시될 교육방식은 독특하다.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기 주도식 교육으로 학생들간 토론이나 세미나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교사들이 수업할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워놓으면 학생들이 자료를 찾는 등 스스로 준비해 발표를 하고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깨우치도록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귀띔해 주고 진도에 차질이 없도록 조정하는 항법사 역할을 할 뿐이다.

이를 위해 이미 선발된 교사(18명)들이 지난해 8월부터 커리큘럼 및 인터넷 교안을 만드느라 골몰하고 있다. 과목별.교사별 홈페이지를 만들어 방과 후에 과외가 필요없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4개 모둠으로 나눠 영어.체육.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분기별로 집중(중 90분,고 1백분)실시하는 '블록식'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을 위해선 교사들의 열성과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교사 선발을 할 때는 4단계의 엄격한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이우는 오는 7월말께 첫 학생들을 뽑을 계획이다. 학력평가 대신 2박3일 일정으로 캠프를 열고 인내심과 창의성을 기준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관심이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개별면담을 거쳐 수업방식 등에 대한 믿음을 확인키로 했다.

"지난 1월 하순 치악산 학습원에서 고1, 중1 55명을 대상으로 3박4일간 캠프를 열고 그동안 준비해온 것을 시험해보았습니다. 참가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만족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벌써부터 전화나 e-메일 등을 통해 하루 1백여건의 문의가 줄을 잇고, 일산.의정부.춘천.태백.원주.광주.청주 등지에선 이우 같은 학교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돼 자문에 응해주고 있다고 張이사장은 밝혔다.

이우는 정식 학생선발에 앞서 다음달 5일 분당에서 40명가량의 학생들을 참여시켜 1박2일간 캠프를 열고 최종점검을 할 예정이다.

張이사장은 "입시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하고자 하지만 우리식으로 하다보면 실력이 쌓여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우학교를 반드시 성공시켜 교육현실에 조금이나마 울림을 줄 각오"라고 다짐했다.

글=이만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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