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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국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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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루했던 월남전은 끝났다. 그러나 전쟁이 어려웠던 만큼 월남의 영구평화에의 길은 험난할 것 같다. 더구나 54년「제네바」협정의 실패라는 불길한 전례의 그늘 속에서 정치·군사 면의 모든 난제를 뒤로 미룬 이번 휴전의 전도에는 많은 시련이 예견된다. 당사자간의 진정한 화해와 후견 강대국의 선의의 문제, 12년 동안 전화에 시달린 국민생활과 국토의 재건문제 등 평화에로의 도정을 막고있는 장애물은 수없이 많다. 수 없는 난제를 안은 월남의 내일을「포스트·베트남」「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쌍방이해 필연적 상위>
월남의 장래에 지속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핵심적 문제의 관점에서 볼 때 27일에 조인되는 월남전 휴전협정은 54년의「제네바」협정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못된다.
그 이유는 협상 당사자들간의 타협이 어려웠던 관계로 휴전의 실시·외국군 철수·포로교환 등 미군의 개입중단과 직접 관계가 있는 문제에 한해서만 이 협정이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있을 뿐 전쟁의 본질적 요인이 되어온 월남의 정치적 장래라는 지극히 유동적인 문제는「사이공」정부와「베트콩」의「상호협의」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협정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과 목표를 추구하고있는 이 두 세력으로 하여금 쌍방간의 점령지역확정·3파 화해·국민회의구성·총선 실시 및 월남 내정문제에 관한 협정체결과 같은 쌍방이해가 필연적으로 상충될 과제를 해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휴전이 평화로 성숙되게 하는 불가결의 요건들이지만 그 요건들은 모두 평화의 과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맨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서로간에 다가올 모든 정치활동의 근거가 되는 점령지역 확정 문제이다. 현재 공산 측은 월남영토의 50%와 인구의 1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춘계공세이후 공산 측의 장악지역은 월남전역에「표범무늬」처럼 넓게 퍼져있고 이 모든 지역에서「현상휴전」이 실시된다고 휴전협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쌍방간에 점령지역의 범위와 유동지역의 귀속문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나올 것이다. 이 작업은 휴전이 실시된 이후에 행해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문제를 제기 할 것이다.
이 문제와 함께 휴전협정이 해결하지 않은 월남 안의 월맹군 거취문제가 있다. 미군 측에서는 그 수가 14만 5천명으로서 공산 측 전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베트콩 지원도 25%뿐>
일설은 이들의 철수가 미-월맹간에 묵시적으로 양해돼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레·둑·토」는 휴전직전까지 월맹군의 남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아마 두 월남 당사자간에 해결되기로 되어있는「월남 안의 월남인군대의 문제」로 처리될 것 같다.
이 작업이 끝난 다음부터 월남 안의 모든 정치세력과「사이공」및「베트콩」세력과의 관계에서 오는 본격적인 정치문제가 대두된다.
한때「베트콩」이 확보했던 광범한 하부조직은 오랜 전쟁으로 상당히 파괴되어 있기 때문에 월남인들 사이의 지지도는 지극히 감소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지지도가 많아야 25%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나머지 국민들의 지지가 모두「티우」정권에 쓸려 있지 않다는데 있다.

<티우, 정치기반을 굳혀>
71년의 대통령선거에서「티우」가 반대파의 출마를 봉쇄한데서 찾아볼 수 있듯이 그는 군부를 거의 유일한 지지 세력으로 키워왔다. 72년에 들어서면서 전시비상대권을 휘둘러 단순한 정적뿐 아니라 일반국민의 기본적 정치참여의 길까지도 봉쇄함으로써 군부일변도의 그의 정치기반을 더욱 편향하게 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언론·정치활동을 엄격히 규제하는 언론 법·정당법 등 61개 주요법안을 통과시켜 휴전이후의 정치활동에서 자신에 대한 위협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서로 중립 파 포섭 바라>
이와 같은 조치는 국민의「민주주의적 제 자유」를 보장하도록 되어있는 11조의 규정의 도전을 받게될 것이다. 이 도전은 휴전이 정치활동단계에 들어서면서「베트콩」측뿐 아니라 월남 안 민족·중립세력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휴전이 정치단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세력이야말로 월남의 장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열쇠를 제공하게 되는데「티우」는 이들 대부분을 국외에 추방하거나 집단수용소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3파 민족화해 국민회의가 결성되는 단계에서 중립 파의 참여가 불가피하면「사이공」과「베트콩」측은 서로가 자기 측에 유리한「중립 파」를 확보하려는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티우」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어느 정도라도 완화해야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 이들의 양의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산 측은 이미 협상단계에서 월남 안에 억류되어 있는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함으로써 이들을 자기들의「중립 파」로 내세울 준비를 취했다.

<군소 세력활동 주목거리>
이러한 상황은 친「티우」·친 공산 및 민족세력을 근간으로 하는 순수한 중입 파 등 색채가 다른 여러 유형의 중립세력의 대두를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적어도 초기단계에서는 군소 세력간의 충돌과 난무로 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혼란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때 지금까지 조직되지 않은 채 유동해온 중립세력이 독자적인 모습을 나타낼 것이고「티우」가 받을 초기의 최대도전은 공산세력이 아니라 바로 이들에게서 올 것으로 관측자들은 보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휴전 6개월 안에 중립 파 장성이나 민간인이「사이공」정부를 인수하게 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혼란기를 무사히 넘기면 총 선은 가능하게 되는데 휴전협정은 총선 시한을 두지 않았다.

<감시기능 강화에 기대>
이처럼 어려운 과제들을 안은 휴전협정이 54년의「제네바」협정보다 더 낙관적인 전망을 허용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전쟁에 직접 개입했던 미국과 월맹·중공·소련이 이 휴전을 감시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제네바」협정의 공동 의장 국인 영국과 소련보다는 훨씬 능률적인 감시기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전쟁후견 국들의 의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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