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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인터넷 실검전쟁과 여배우 민영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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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상파 드라마 홍보를 하는 A씨. 드라마 내용이나 출연 배우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는 게 그의 일이다. 연예 쪽은 특히 온라인 여론이 워낙 빨리 형성되고 힘이 세니, 업무의 중심도 온라인에 쏠린다. 스스로 올빼미족이라 할 만큼 드라마가 끝나는 밤 11시부터가 본격적인 업무 시작이다. 그날 방송 리뷰, 시청자 반응 등을 묶어서 자료를 뿌린다. 인기 드라마라면 굳이 홍보자료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와 함께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척척 올라간다. 시청률만큼이나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실검(실시간 검색어)전쟁이다.

 즉각적인 여론을 반영하는 듯 보이는 실검은 그러나 유명인의 역설만큼이나 역설적이다. ‘유명인은 그가 유명하다는 점이 유명한 사람’이란 역설 말이다. 실제 실검 중에는 정보로서 별 의미 없는 말초적 이슈도 많지만, 단지 인기 검색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검색이 이어지고 그러면서 점점 상위에 오른다. 인기 검색어의 역설이다. 나조차도 낚이는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인기 검색어인지’ 그 자체가 궁금해서 검색해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인기 검색어의 역설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효과에 따른 것이다. TV코미디에 삽입되는 가짜 웃음이나 베스트셀러임을 강조하는 상품 광고 같은 것이다. 코미디의 가짜 웃음은 굉장히 어색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고 더 자주, 오래 웃으며 그 프로를 더 재미있게 느낀다는 연구가 있다. 다수의 행동인 ‘사회적 증거’를 따라 할수록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남을 좇아 하는 것이다.

 하루 이틀 새 인터넷에는 ‘민영화’가 인기 검색어였다. 여배우 민영화, 민영화씨 같은 검색어도 함께 떠올랐다. 한때는 실검 1~2위에도 올랐다. 심지어 민영화가 인기 검색어가 된 경위를 설명한 기사들도 나왔다. 12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성매매 여성 탤런트 수십 명을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이니셜이 등장했고 그중 ‘ㅁㅇㅎ’에 누군가 ‘민영화’라고 글을 달면서 여배우 민영화에 대한 검색이 폭주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웃지 못할 해석도 덧붙여졌다. KTX 민영화 등 논쟁적인 사회 이슈의 차단을 바라며 국면전환용으로 여배우 성매매 수사 사건을 흘렸는데, 엉뚱하게도 여배우 민영화가 실검 상위권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얘기가 사실인지, 그저 기발한 상상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든, 성매매 의혹 여배우 민영화든 실검전쟁을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임은 분명하다. 여론과 정치 문화의 일단도 보여준다. 민영화, 너는 누구냐.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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