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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소유구도 변화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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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SK의 오너인 최태원 SK㈜(옛 유공) 회장이 사재 출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자칫 그룹 전체의 소유.경영권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선 SK글로벌의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崔회장 재산이 얼마나 되고 소유 주식을 어느 정도 내놓을지 등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SK증권과 JP모건 간 이면계약, 워커힐 주식과 SK㈜ 주식 맞교환 등으로 崔회장 등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액수가 1천8백여억원에 이르고▶SK글로벌의 분식회계 금액이 1조5천여억원으로 사상 최대이기 때문에 崔회장이 향후 부담해야 할 돈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崔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1천5백억원(상장사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룹 소유 구도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SK의 향후 구도는 어떻게 될까=종합상사인 SK글로벌은 SK㈜와 더불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 주식을 崔회장은 3.3%가량 갖고 있다.

11일 현재 주가로 1백66억원(3백18만주)에 불과해 SK글로벌의 정상화에 큰 보탬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룹이 발표한 대로 다른 기업의 소유 주식까지 내놓을 경우 SK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SK글로벌이 사업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알짜 사업인 주유소 판매사업권을 SK㈜에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崔회장은 "글로벌의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체제는 손길승(孫吉丞)회장 '원톱'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SK는 이미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 발표 과정에서 孫회장도 분식회계와 이면계약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은 다시 요동칠 것 같다. 당장은 SK글로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과 박주천 글로벌 부사장 등 글로벌 핵심 임원들이 대거 기소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와 소송이 변수=법정 판결도 문제지만,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감리조사 결과에 따라서도 SK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이 조사를 확대할 경우 SK글로벌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일각에선 예측하고 있다.

금감원은 또 그 결과에 따라 임원 해임을 권고할 것이기 때문에 孫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의 경영권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주주나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예상된다. 11일 "당분간 대출회수를 자제하겠다"는 은행들의 발표가 지켜질지도 관심사다.

김영욱.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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