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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제30화 서북청년회(22)대전의 세 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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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사령부 대전파견대는 같은 해(3월)남선 일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었다.
첫 공세는 3월1일 대전 천에서 열린 좌익 측 기념식을 습격, 수라장으로 만든 것이었다.
발단은 우익 측 기념식장인 교동 국민교로 통하는 대전 천 주변길목을 좌익들이 가로막아 서서 시민들이 모이지 못하게 방해를 한 것. 앞서의 목동사건에 이은 두 번째의 도전장이었다.
수류탄을 날려 물리치기는 했지만 목동사건을 사실상 무승부로 끝내고 말았던 파견대는 이번이야말로 기어코 본때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이날 남선 파견대는 종즉도 측과 합세,1백4O여명의 돌격대를 짜 근봉과 죽창을 휘돌리며 대전 천 좌익식장에 난입, 일대격전을 전개했다.
이 때 연단주변을 지키고 있던 좌익 맹원은 1백여 명. 결사적으로 덤비는 이들 현동부대와 뒤 엉겨 서로 닥치는 대로 까고 찔렀다.
선공을 한 우리측이 무려 40여명의 부상자를 냈을 정도로 싸움은 처절을 극했으며 백사장은 삽시간에 비명이 「메아리」지는 백주의 연육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우선 수적으로 남선 파견대가 우세한데다가 무방비 상태를 찌른 기습이었기 때문에 승리는 서청의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식장은 마침내 쑥밭이 되고 남선 파견대는 목동사건 때의 개운 찮았던 뒷맛까지 깨끗이 씻어냈다.
이날 습격은 남선 파견대의 김성련 사업부장과 종낭도 측 남기원·김신웅(대전)등이 지휘했었다.
이날 위력을 과시한 남선 파견대는 곧장 전평이 장악하고 있는 대전 군 시 제사공장(사장 최동환·전 자유당원) 과 대전방직(사장 홍학기)등에 예봉을 돌려 착착 성공을 거둬들였다.
군 시 제사는 종업원이 2천여 명으로 당시 대전에서 제일 큰 공장. 앞서 말한바와 같이 조회 때 적기 가를 부르는 등 모든 의식을 공산당 식으로 하는 전평의 아성이었다.
특히 당시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사장 최씨마저 이들에 부화뇌동을 하는 문제의 공장이었다.
이 군 시 공장 습격은 도 경찰 부 사찰과 정모·부과장(이름은 미상)의 청부에 의해 감행됐다. 노사일체의 좌익공장이라 경찰도 손을 못 대고 있다가 서청의 솜씨를 보게되자 비로소 협력을 구해온 것이다.
그의 부탁은 『뒷일은 모두 책임질 테니 방법을 가리지 말고 좌익을 부숴 달라』는 것이었다.
부탁이 없어도 칠 판인데 경찰이 뒤를 밀어준다니 더욱 잘 된 일.
그 날 남선 파견대는 김희현 부대표·김성련 사업부장·허태화 훈련부장 등 간부들이 직접 40여명의 대원을 이끌고 이순재씨가 인솔하는 독촉국민회지부대·전국청년 총 연맹(전진한·작고)지 부대와 합세, 방망이 1개씩을 들고 물밀 듯 공장에 몰려갔다.
다른 때 같으면 체포적정 때문에 간부들이 직접 지휘하는 일이 없었으나 이날은 경찰이 있기 때문에 개의 할 필요가 없었다. 대원들이 몰려갔을 때 전평 측은 공장철문을 굳게 닫고 버텼다. 『사장은 나오라』고 고합을 쳐봤으나 한패인 그가 호락호락 얼굴을 내밀리 없었다.
전평 간부나 사장이 나오면 시비를 붙여 습격을 할 작전이었는데 이렇게되면 무조건 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대원들은 일제히 철문을 넘어 들어가 사장을 비롯, 전평 측 간부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 뉘었다. 이 싸움 또한 치열해 작업도구를 휘두르며 항거하는 종업원들과 30여분간 난투극을 별인 끝에 공장을 점거했을 때는 우리측 대원들도 한사람 남김없이 부상을 하고 있었다.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작전중의 하나였다.
이날 부상자들은 도립병원(당시 원장 김상억)의 호의로 모두 무료 진료를 받았다.
대전방직은 지금까지 보여준『무서운 서청』이란「이미지」「탓인지는 몰라도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손에 넣었다. 이 공장에 손을 댄 것은 군 시 공장과는 달리 기업주 홍 사장의 청탁에 의해서였다.
그의 말은『전평 계 몇몇 간부들이 종업원들을 선동, 일은 안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일방, 운영권을 노조에 넘기라며 파업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전평 계의 극렬분자 몇몇이라는 말. 남선 파견대는 곧 이들 극렬분자의 「리스트」를 제출 받고 홍 사장과 비밀작전을 짰다.
내용은 서청이 출동, 미리 제출을 받은 전평 계 간부들의 이름을 대며 이들의 목을 자르지 않으면 공장을 부숴 버리겠다고 홍 사장을 협박하고 홍 사장은 이 협박에 못 이긴 채 그들을 해고조치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전평 측이 반항하면 출동한 대부대가 방망이 세례를 안겨 내쫓기로 했다.
당일 남선 파견대는 허태화 훈련부장이 50여명의 행동대를 이끌고 출동, 홍 사장과 미리 짠 대로 전평 계 간부들의 이름을 대고 목을 자르라고 무섭게 협박을 했다.
홍 사장이 이 협박에 못 이겨 그들을 해고 조치한 것은 물론이며 전평 측 당사자들은 위세에 눌려 감히 대들 엄두도 못 내고 자진 공장을 떠났다.
서청의 작전이 적중한 셈이었다. 남선 파견대는 이날의 사례 조로 홍 사장으로부터 쌀 17가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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