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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재테크'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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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에 무엇을 떠올리고 있나. 많은 이가 크리스마스나 송년회를 생각할 것이다. 또 있다. 연말 보너스다. 직장인이라면 연말연시에 보너스나 성과급으로 평소보다 많은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또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환급받기도 한다. ‘13월의 월급’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이런 ‘보너스’를 쉽게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연구한 ‘심리적 회계’라는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출처와 용도에 따라 돈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보너스와 같이 추가적으로 얻은 소득은 일해서 번 돈과 같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더 쉽게 써 버린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한 인터넷 쇼핑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연말 보너스를 받는다면 쇼핑을 하겠다고 답했다. 저축이나 투자를 하겠다는 응답은 38.6%로 쇼핑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개인적으로 보너스와 같은 뭉칫돈이 생겼을 때 이걸 투자 재원으로 쓰지 않고 소비하는 데 쓰는 경향은 경험의 부재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대출을 갚거나 생활비에 소진하고, 그 후에 남는 여유자금을 저축 및 투자 명목으로 사용해 와서다. 이 때문에 정기적인 월 소득에 상응하는, 혹은 그 이상의 추가 자금이 생겼을 경우 그 돈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배분해 사용하기보다는 손쉽게 써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했더라도 일종의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라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보너스 재테크 역시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보너스를 투자해 내년에 받게 될 월급을 늘릴 수 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최근 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전략 중 하나가 인컴 투자다.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크게 자본 이득과 이자·배당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인컴 투자는 여기서 이자·배당과 같이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인컴 소득을 추구하는 투자방법이다.

 정기적인 인컴 소득을 위한 투자 자산군으로는 안정적인 쿠폰 이자가 발생하는 채권, 그리고 배당금과 함께 증시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고배당주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채권의 전망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배당주는 채권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주식은 채권보다 변동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견고한 현금 흐름을 창출해 내고 지속적으로 배당 금액을 늘려 온 우량 기업을 잘 골라 투자한다면 확실한 인컴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고배당 성향의 우량 기업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탄탄한 리서치 능력을 갖춘 금융회사를 골라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할 경우 배당금을 인컴으로 받거나 이를 재투자해 복리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점차 전 세계 경제권이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면서 기업들이 현금배당을 지급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도 인컴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라도 저축을 통해 미래의 수익을 기다리는 성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현재의 현금 흐름을 중요시 여기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월급이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점 역시 인컴 소득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이유 중 하나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로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경향은 평균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너스 또한 내 노동에 대한 참된 대가라고 생각을 달리 해 본다면 사치성 소비보다는 좀 더 의미 있게 보너스를 사용하는 편이 자신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3년을 보름 남짓 남긴 이 시점, 한 해 동안 자신의 소비 성향을 되돌아보고, 내년에는 보다 넉넉한 생활을 위한 인컴 창출계획을 세워 보는 것도 뜻깊은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