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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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몇몇 친구들 끼리 앉아서 내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남편 혼자 벌어선 살기 어려워.』
『여자들도 부업을 하든지해서 도와야 돼.』
『가만히 앉아서 남자들한테 바가질 긁으면 어떻게 되지?』
『나가서 부정을 하게되지, 뭐.』
『월급장이의 경우는 과욋돈을 가져오면 출처를 규명해야 돼.』
『조금이라도 애매한 돈은 굶는 한이 있더라도 받으면 안돼.』
『그래. 그게 진짜 내조란말야.』
『허지만 월급이 너무 적지?』
『그러니까 여자도 벌어야지.』
이런 얘기들을 주고 받은 후 집으로 돌아오며 끊임없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는 「부정부패일소」니 「공무원부정사건」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도 한가정의 의연한 가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사람이 부끄러운 표정을 조금이라도 더 가리려는 표정으로 찍혀진 사진들을….
그런 일들이 우리하곤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팔짱 끼고 앉아서 욕만 할수 있을까?
만일 우리들의 남편이 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권리가 있는 자리에 앉게되었을때 과연 안에서는 어떤태도를 취할까? 한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나서지나 앉을까? 그런짓 못하는게 바보라고 충동질하지나 않을지? 아니면 얌전한채 남편이 하는대로 눈감고 따라갈는지.
만일 여자들이 돈의 출처를 밝히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지는 돈은 받지못하도록 했다면 자기 남편을 그런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지는 않았을것이다.
몇백년 몇천년을 사는 인생이 아니라는걸 우리들은 때때로 잊고 있다. 그리고 죽은 뒤에 그 재산을 짊어지고 갈 수 없다는 일마저-.
삶의 가치관을 물질에만 두게끔 만든건 확실히 우리들에게 다 같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올해에는 서로가 책임있는 반성과 자각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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