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체 '이라크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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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민간보다 한발 앞선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했던 미군이 민간 기업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비용 문제로 군이 연구 개발에 주춤하는 사이 민간 업체의 기술력이 몰라보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판로가 열린 셈이다.

미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미군은 민간 기술을 차용한 첨단 군사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 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휴대용 컴퓨터다. 아이트로닉스가 개발해 군사용으로 보급하는 컴퓨터는 시간당 1백㎜ 강수량과 영하 20도.영상 60도를 견딜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 시어스 로벅이나 통신업체 벨사우스의 이동 수리팀원들은 이와 비슷한 컴퓨터를 이미 영업에 사용하고 있다.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를 생산하는 자이버너트의 제품도 군사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가 이라크전에 사용할 미군의 신병기로 보도한 '제디(JEDI.합동 원정 디지털 정보)'도 민간 기술을 차용했다.

제디는 지상군이 공격목표를 망원경으로 확인만 해주면 자동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주는 장비다. 이 시스템의 운영 체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CE고, 지상에서 관측된 정보는 이리듐 위성전화를 통해 전송된다.

이에 따라 군이 정보통신 업계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업 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이리듐위성사는 2000년 미 국방부와 7천2백만달러어치의 군사용 위성 이동 통신 서비스 기기 '이리듐' 계약에 성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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