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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동에 민감한 대학 지원|서울대·고대·연대의 과거 10년간 경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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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3학년도 전기 대학의 대부분이 9일로 원수 접수를 마감, 지원 경향이 밝혀졌다.
올해는 서울대 개교 이후는 물론 입시 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22·5대 1 (서울대 사대 체육과)의 경쟁률까지 보였으나 별 다른 특징을 찾아 볼 수 없이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지원 경향을 보여 지원자들이 여전히 예비 고사 면제 학과인 예·체능계에 몰렸고 법·상·사범·문리대 문학부 등 인문사회·과학계가 공대·농대 등 자연계 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교부가 권장한 지방대 육성이나 계열별 모집은 바로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체로 지난해에 경쟁률이 높았던 대학과 학과는 다소 낮아지고 경쟁률이 낮았던 대학과 학과는 다소 높아져 응시자들이 지원에 신중을 기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전기대 원서 접수 마감을 계기로 지난 10년간의 수험생 지원 경향의 변동 상황을 살펴보자.
64년부터 73년까지 지원 경향·「커트·라인」 등 대학 입시 변천사를 살펴보면 응시자들이 사회 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60년대 이전에는 법대·공대·의대 등 3개 대학의 각 학과가 가장 입학하기 어렵고 「커트·라인」이 높았으나 60년대 초반부터 상대의 인기가 높아져 이들 4개 대학이 인기 대학이었다.
4·19, 5·16 이전까지는 법·정계가 선두였으나 그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이공계와 상경계 졸업생의 수요가 높아지고 취업률이 크게 늘자 공대의 화공과·원자력과, 상대의 상과·경영과·경제과·무역과 등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의대와 정법계 대학을 누르고 우수한 학생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60년대 후반기까지 지속된 경향이다. 69학년부터 대학 입학 예비 고사가 실시되기 시작, 예비 고사 불합격자의 응시가 불가능해지자 지원 추세는 급격히 변동되어 예·체능계, 특히 음대를 제외한 사대와 미대 등 별다른 재능이 없어도 응시할 수 있는 학과가 최고 경쟁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우수한 학생은 여전히 이공·상경·정법계에 지원했고 인문사회계의 사회학과·영문과 등은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70년대에 들어서 성장만을 계속하던 기업의 팽창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에 민감한 이공·상경계 학과의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 다시 정법대·문리대 문학부 등 인문사회계가 과거의 위치를 찾기 시작,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연도별 지원 상황과 「커트·라인」을 통해 변화 상황을 살피면-.
대학별로는 10년 동안 서울대가 5·9대 1에서 3·5대 l로·연세대와 고려대가 9·6대 1, 9·5대 1에서 3·4대 1, 4·3대 1로 줄어 서울대는 약 40%의 지원자가 준 반면 연세·고려 등 사립대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과거에 2대 3 비율이던 공납금비가 현재는 l대 3 정도로 크게 격차를 보인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하겠다.
지원률을 보면 과거에는 단대별로 상대·사대·문과대가 높았고 학과별로 정치·행정·기계·사사과 등 인문사회계학과와 이공계학과의 경쟁률이 높았으나 현재는 예비 고사 면제 학과인 체육대와 미대의 각 학과가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정·법계·사회학과·국문학과 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전에 가장 낮았던 음대·체육대와 국악과·생물과·성악과 등은 경쟁률이 높아졌고 새로 공대·약대·가정대 등이 인기 없는 대학으로, 과거에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았던 공대·농대의 각 학과와 물리학과 등이 인기 없는 학과로 전락했다.
이 같은 경향은 「커트·라인」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64학년도에는 경제학과·법학과·외교학과·건축학과 순이었으나 65학년도에는 기계·섬유·전자·외교학과 순으로 공대의 각 학과가 높았으나 68학년도에는 법대와 상대의 각 학과, 문리대 문학부의 대부분이 평균 60점 이상인데 비해 공대는 50점, 농대는 40점선이었다. 공대의 전자공학과, 문리대의 물리·수학·의예과만이 60점 이상의 「커트·라인」을 보여 이공계의 면목을 유지했다.
69학년도에는 더욱 심해져 법대·상대·문리대의 정치·외교·사회·불문·미학과 등이 60점 이상이었고 의예과는 55점, 공대는 50점선, 약대는 45점선에 지나지 않았다.
68학년도부터 변동된 추세는 73학년에도 계속되어 올해에도 정·법·상·문 등 인문사회계에 우수한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학 진학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에 의하면 최근 들어 우수한 남학생은 잇과의 경우 공과계 뿐 아니라 욋과에, 문과는 법·상계에 몰리는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취직과 안정된 생활을 겨냥한 현상으로 풀이되고 이는 사범계의 경쟁율이 대체로 높은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 국립대와 사립대간의 공납금 차이가 너무 벌어져 되도록이면 서울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할뿐 아니라 지방 학생 중에는 서울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 국립대로 진학하는가하면 서울에서 공부한 지방 학생 중에서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공납금이 싼 지방 국립대로 내려가는 역류 현상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 경쟁을 벌인 대학이나 학과가 반드시 「커트·라인」이 높은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최저 경쟁률을 보인 대학이나 학과가 「커트·라인」이 낮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이대·숙대 등 여자 대학교는 10년간 거의 비슷한 지원 경향을 보인 반면 남학생들의 지원은 정치·경제·사회의 변화와 입시 제도의 변천에 따라 그 시대상을 반영해 왔다.

<이돈형·김영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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