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품있는 '正樂 한마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2면

국악에는'수제천''영산회상'등 깊고 넓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정악(正樂)이 있는가 하면 민요.판소리.시나위.산조.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장단과 표정으로 엮어내는 민속악이 있다. 그 가운데 언제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역시 단아하고 기품있는 정악이다.

새봄을 맞아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오랜만에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오는 20~21일 예악당에서 종묘제례악(67분)과 가즌회상(75분)을 맛보기가 아니라 통째로 연주한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 제례악은 1995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종묘(宗廟)에서 매년 5월 첫 일요일에 치르는 제사의식인 종묘제례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다. 2001년 유네스코가 '세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했다.

제사의식을 위한 부수음악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민족의 음악혼이 살아 숨쉬는 유산이라 감상용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0년 일본 도쿄(東京) 아사히홀에서 종묘제례악 전곡 연주로 호평을 받았던 국립국악원은 종묘제례악을 디지털 콘텐츠화하기 위해 이번 공연에 앞서 CD로 녹음한다. 1987년에 이어 16년 만의 녹음이다.

둘째날에 연주되는 가즌회상은 줄풍류 또는 거문고회상.중광지곡이라고도 불리는 현악영산회상 9곡에 천년만세(千年萬世), 즉 계면가락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 등 3곡을 보탠 모음곡이다.

영산회상은 합주는 물론 중주.독주곡으로도 널리 연주되는 것으로 웬만한 국악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곡이다. 현악영산회상은 거문고를 중심으로 가야금.대금.해금.세피리.양금.단소.장구 등 주로 소리가 작은 악기들로 구성돼 있다.

악기 편성도 크고 소리가 시원스럽고 힘찬 평조회상(유초신지곡)이나 관악영산회상(표정만방지곡)에 비해서 섬세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음악이다. 20~21일 오후 7시30분. 8천~1만원(학생.경로석 50% 할인). 02-580-304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