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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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혹시…?』하는 기대의 뉴스가 하나있다. 울산 앞 바다의 어느 석유시추지역에서 천연「개스」가 분출되었다고 한다. 확인까지는 아직 성급하지만, 무슨 희망의「팡파르」 같기도 하다. 『석유라도 콸콸 쏟아졌으면…』하는 심정은 어느덧 우리 공동의 꿈처럼 되었다. 희망적인 「쇼크」를 갈망하는 누구나의 잠재의식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북해(North Sea)에서도 천연「개스」가 발견되어, 그 주변국가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북해는「스칸디나비아」반도 「유럽」대륙·영국사이에 있는 해역. 따라서 북해유전에 탐을 내는 나라들은 영국·「노르웨이」·「덴마크」·서독·「네덜란드」등 5개국.
이 해역에서 이제까지 발견된 유산 (천연「개스」지역 포함)은 영국 영해가 14개소, 「노르웨이」가 8개소로 영국 쪽이 압도적이다. 사양의 길을 걷는 영국으로는 자연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해저유전의 개발은 그처럼 일확천금의 꿈을 실현시켜 주지는 못하는 면도 없지 않다. 우선 그 개발의 비용이 엄청나다. 해저유전에 필요한 「플랫폼」(생산시설)의 건설비는 쉽게 우주선 1대 분의 비용과 견주어 진다. 또 시추1기는 약 2백50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해저의「파인플레인」은 1마일 당 「코스트」가 4차선 고속도로의 건설비보다 월등히 더 든다고 한다.
비용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만한 「코스트」를 부담하고도 결국 시굴에 실패하면, 그 비용은 가중되는 셈이다. 북해 전역에서 시추는 2백4본이나 꽂아봤지만, 그 성공율은 14%에 지나지 않았다.
북해에서 발견된 유전의 가채매장량은 40억「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미발견 지역의 매장량까지 포함하면 2백억 「배럴」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중동지역에서 확인된 매장량 3천7백억「배럴」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또 개발비의 경우만 해도 북해는 중동의 25배를 넘는다. 그래도 북해주변 국가들은 눈을 크게 뜬다. 석유개발 경쟁으로「러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관련국가들은 마치 그것이 마지막 기대의 「카드」라도 되는 듯이 온갖 정열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부강국에의 향수마저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나라의 처지와는 또 다르지만. 우리의 가슴도 부풀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70년대의 세계는 「에네르기」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석유를 둘러싸고, 저마다 숨을 숙이고 있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말아야 할텐데…』하는 주술적 기원까지도 하게 된다. 그럴수록 성실하고 겸허한 마음가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돕는 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교훈도 있다. 선량하고 성실한 나라만이 하늘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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