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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풀어본 원남협상재개|「1%미해결」은 타결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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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혼미를 거듭하던 월남평화협상은 지난해12월30일 미국이 북위20도 이북 월맹지역에 대한 북폭을 부분적으로 중지하고 「파리」비밀회담과 실무자회담의 재개를 발표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8일로 예정된 「키선저」-「레·독·토」간의 비밀협상에 앞서 아직 양측은 모두 조심스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폭으로 힘의시위>
지난 12일간의 전례없던 집중 북폭은 미국이 월맹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을까. 월맹에 적어도 군사상 적지않은「쇼크」를 안겨준 미국의 「힘의 시위」이면에는 어떤 요인들이 있었으며 앞으로 전개될 비밀협상에는 어떤 문젯점들이 남아있는가. 과연 이번 북폭으로 양측의 협상입장에 변화가 올것인지등을 문답식으로 풀이해 본다.
-미국과 월맹이 각기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 오면서 내세운 명분은 무엇이며 그것의 타당성은?

<협상앞서부분단폭>
우선 미국은 「닉슨」의 예기치 않았던 침착한 초강경북폭조치가 미해결의 「1%」문제(월남의 주권문제등)에 대한 월맹의 보다 「진지한 협상용의」를 유도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했다고 보기때문에 부분적 단폭조치를 취하고 협상을 재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월맹은 이미 미국의 북폭을 예상하고 민간인을 대피시키는등 대항태세를 갖추었기 때문에 피해는 생각보다 경미한 것이었으며 지난7년동안 단1대밖에 떨어지지 않았던 미군의 B-52기가 불과 12일동안에 28대나 격추됨으로써 미군의 북폭능력에 한계를 드러낸데다 미국내외의 반전여론이 월맹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협상에 임한다고 맞서고있다.
이두가지 명분은 어느쪽도 제3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는 힘들지만 양측이 모두 그들의힘의 한계를 다시금 인식했다는 점에서 또 그나름대로 상당한 타당성도 갖고있다.
-「닉슨」의 북폭재개의도는 무엇인가?

<정치·군사문제 분리>
첫째 지난해5월의 북폭과 월맹항기뢰봉쇄조치가 이미합의를 본것으로 알려진 휴전안의 「99%」(정치적문제와 군사문제를 분리해서 다루는데 월맹이 합의)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고, 둘째 지난5월에도 그랬듯이 중공파 소련이 이번에도 미국에 묵시적으로 협력, 「하노이」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나머지 「1%」의 흉점을 놓고 월맹의 양보를 끌어내기위한 심리전술이었다.
-재개되는 비밀협상은 양측의 협상입장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것인가. 그렇지않다면 문제점은?
한마디로 협상입장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적어도 예견할수 있는 장래에 양측의 이견이 어느 한쪽의 양보로 좁혀지리라고는 보기힘들다. 왜냐하면 끝까지 문제가 되고있는 월남의「정치적지배권」은 미국의 「명예로운종전」노력과 월맹의 『왜 10년동안 전쟁을 해왔느냐』는 핵심적인 동기가 여전히 오월동주하는 격이기때문이다.


미국은 평화협정안속에 아무리 막연하고 간접적이나마 남북 「베트남」은 상호평화공존하며 어느쪽도 무력으로 상대방에게 그가 원하는 해결책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부조항에 삽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2개의정권을 병존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파 「사이공」정부는 비무장지대복원, 휴전감시위원단의 규모확대, 월남안의 월맹군철수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반해 월맹측은「베트남」이란 하나뿐이며 북위17도선의 비무장지대는 항구불변의 국경이 아니라 잠정적인 휴전선이란 점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월맹이 협상결렬→북폭재개→협상재개 과정에서 각기 그들의 내부로부터 받고있는 압력내지 도전은?

<미 대정부불신감정>
미국으로선 가장 큰 압력이 국내외로부터 오는 반전여론의 가속화이다. 『평화가 눈앞에다가왔다』는 작년 10월26일자 「키신저」의 발언을믿은 미국민들의 대정부 불신감정은 고조되고있다. 「닉슨」자신도이런 상황하에서는 적어도 1월20일 대통령취임식이전 타결점에 쫓기지 않을수 없다.
북폭기간중 휴회로 잠잠했던 미의회가 반전법안등으로 「닉슨」에게 본격적인 제동을 가할 태세이고, 북구를 비롯, 서방국가들도 일찌기 볼수 없었던 대미비판을 퍼부었다.

<월맹의 불안 역시 커>
월맹의 불안 역시 컸다. 아무리 그들이 「월남민족의 해방」 「계속항전」만을 고집하지만 대국외교의 그늘에서 겪어야하는 소국의 능력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수개월동안 종전문제를 둘러싼 월맹지도부내의 강·수파의대립이 줄기차게 보도되었다.
「파리」비밀협상의 진척과 더불어 온건파(협상파)들이 득세한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의 군사적 압력이 지속되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싸워야한다는 강경파들의 반격이 거세어질 것이다. 이같은 월맹의 권력투쟁은 미국이 바로 노리고 있는 바이고 또 결정적인 단계에와서 의견의 분열은 월맹에 이중고를 안겨다 줄것이다.
-그러면 조기타결의 실마리는 없는가?

<「닉슨」이 양보할지도>
1월8일 「키신저」-「레·득·토」비밀협상이 결렬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조그마한 추측이라도 가능하다. 「닉슨」의 「힘의 우위입장」해결노력이 어느정도 미국안 우파들의 반대를 무마시킨데도 불구,계속 국민들의 대정부불신감정이 고조될 경우 「닉슨」은 월남의주권문제에 어느정도 양보할수도 있을 것이다.

<대국외교 성공 바라>
반대로 미국의 대국외교가 성공하여 중공이나 소련이 적극 「하노이」에 압력을 가하고 중재에 나선다면 월맹의 어쩔수 없는 양보를 기대할수도 있다.
그러나 10년이상의 지루한 전쟁에서 얻지못한 승리를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얻어낼 배짱이라 설사 군사휴전은 빠른시일안에 이뤄진다하더라도 월남정치협상은 아직도 수많은 난제를 안고있다고 봐야겠다. <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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