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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50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크로코딜은 노어로는 악어라는 뜻. 바로 이것이 소련의 유명한 만화주간지 제호인 것은 좀 인상적이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뜻인지-.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그 면면에 실린 만화들이다. 한 장발의 히피 청년이 데이트를 한다. 그는 샌들을 신고, 블루·진(?) 을 꼭 끼어 입었다. 손가락엔 연기나는 답배가 끼워져 있다. 그의 연인은 눈부신 패션·모드 차림이다.
둘이서 담소를 한다. 그런데 연인의 목걸이가 어떻게나 치렁치렁 긴지 무릎까지 늘어졌다. 장발의 청년은 넉살좋게도 그 목걸이에 다리 한짝을 척 걸치고 있다.
이것은 소련인 스스로가 보는 오늘의 소련 청년을 만화화 것이다. 재즈 특집도 요란하다. 이건 미국 뉴요크의 일각이지 모스크바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모스크바임엔 틀림없다.
소련, 그 공식명칭 대로하면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정식으로 선포된 것은 1922년 12월 30일이다. 물론 레닌이 10월 혁명(일명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킨 것은 그보다 5년 앞선 1917년이었다. 이른바 케렌스키 정권을 타도하고 공산당은 내란을 진압하는 등 어지러운 5년을 보냈다.
그 후 1936년 12월부터 소련을 더욱 추운 『만년엄동의 나라』로 만든 「스탈린」 전제시대가 시작된다.
소련은 그야말로 공산주의의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세계가 스탈린의 겨울로 얼어붙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티토의 파문, 스탈린의 죽음, 비 스탈린화 운동, 헝가리의 반란, 쿠바의 혁명, 중·소 분열, 다시 프라하의 봄과 소련 탱크의 진격, 중공의 문화혁명 등은 필연적으로 공수주의를 변질시켰다.
프랑스의 G·마르티네 (언론인)는 현대(전후)의 공산주의를 『5개의 「코뮤니즘」』 이라고 표현할 지경이 되었다. 그는 14개의 사회주의 제국을 5개의 전형적인 모델로 나누었다. 오늘의 공산주의는 결코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것이다. 그것은 종주형인 소련의 모델에서 분류된 4가지의 변종들이다.
그 변종들 중엔 우선 자주관리와 시장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유고가 있다. 민주화의 환상에서 일단 좌절한 체코, 문화혁명을 부르짖은 중공, 그리고 개인간의 상업관계를 배제하는 쿠바-.
소련이 오늘 그들 자신의 생색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그들 특유의 「역사 발전 논리』로 보면 어설픈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지향하는 생의 회에, 아니 본질은 결국 이데올로기 따위는 초월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소련을 두고 과연 누가 자신있게 진보적이고 혁명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30일로 건국 50주년을 맞은 소련이 분명 보수적이고 온건한 자본주의국가가 아닌,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은 새삼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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