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혁으로 유신 이념 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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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제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한민족이 처해있는 역사적 좌표를 설명하고 「10월 유신」으로 출범하는 제4공화국을 이끌고 나갈 조타수로서의 소신과 시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유신이념 구현을 위한 국정전반에 걸친 일대개혁을 약속했고 특히 경제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소득 균점에 시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공산주의자와 『하나의 민족으로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국력배양을 위한 농공 병진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을 다짐함으로써 새 공화국의 목표가 제3공화국 10년을 통해 추구해온 과업의 차원을 달리 한 전승임을 분명히 했다.
5·16혁명 후 조국통일이란 민족지상과업을 달성키 위해 우선 경제적 근대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박대통령은 이번 취임사에서도 국력배양의 가속화를 통해 번영된 통일조국을 구현하는 것만이 우리민족이 나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한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박대통령은 5·16을 기점으로 민족의 자아를 되찾기 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어 『우리민족의 자주·자립의 역량을 세계사의 진운 속에 발양해야 할 새 역사의 관문에 이르렀다』고 그 자신이 10년 집권기간 중 이룩한 업적을 총평했다.
▲1, 2차 5개년 계획으로 공업입국의 터전을 닦아 중화학공업 시대의 개막과 함께 4대강 유역개발로 번영된 내일의 「비전」을 제시했고 ▲새마을 운동으로 농민의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을 일깨우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착실히 좁혀나가고 있으며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전망을 갖게 한 것 등은 박 대통령의 표현과 같이 『시련을 극복하는 용기와 잘 살수 있다는 자신을 안겨준 보람찬 긍지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그의 10년 업적을 「우리민족의 정신적 자아의 발견」이라고 정신적 측면에서 파악한 것은 새 공화국의 지도이념이 법률보다는 도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유신헌법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한결 강력해졌지만 법률적인 권력부여에 구애받지 않고 도의와 신뢰에 입각한 정치를 펴나가려는 뜻의 표시라고도 볼수있다.
약 5천자의 취임사에서 10월 유신을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려는 위대한 한국인의 사상과 철학의 확립』이라고 한 박 대통령이 『새로 정립될 유신질서가 도의와 협동과 능률과 생산을 위한 새 질서』라고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 것도 유신과업의 성패가 국민들의 이에 참여하는 정신자세에 달려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이 약속한 앞으로의 국정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의를 바탕으로 번영과 통일을 위한 개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10월 유신은 정치제도를 개혁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단 정치체제개혁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일대개혁이 가해질 것이다.
특히 취임사에서「사회복지의 균점」을 강조한 것은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소홀했던 부의 분배문제에 경제정책의 역점을 두게되었다는 점에서 그 뜻이 매우 크다. 지난 10년간의 경제 제1주의는 국력증진이란 초미의 목표 때문에 소득 균점 문제에 눈을 돌리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추구될 경제 제1주의는 성장에만 편중하지 않고 분배에도 힘을 기울여 복지국가를 실현한다는 방향으로 내용수정을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언급을 했는데 ▲모든 국민에게 일터를 보장하는 고용의 증대 ▲일하는 국민에게 안정 속에 보람있는 생활을 누리게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근로자의 이익과 복지를 실현시키는 복지체제 구현 ▲경제적 지도층이 복지 균점에 이바지하는 검약과 봉사기풍의 진작이라고 간추릴 수 있다.
그 중에서 지도층에 대해 검약과 봉사로 사회복지 균점에 이바지하라고 요구한 것은 분배정책의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균점 정책 추구는 평화로운 남북대결의 시대에 우리의 우위를 확보키 위한 취약점 보완이란 측면보다는 박대통령이 펴나갈 국정의 궁극적 목표가 복지국가실현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네 번째인 이번「8대 취임사」는 어느 때 보다도 자신을 갖고 국민각자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고 도의가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새로운 사회를 약속했다는데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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