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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이 꺼낸 '야당 포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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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하나·양승조 의원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미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11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황우여 대표는 “문제의 발원지로 지적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나아가 문재인 의원을 가리켜 ‘배후조종자’란 표현을 썼다.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과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양승조 의원의 주장이 문 의원의 영향을 받은 것이란 주장이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강경세력은 계속 대선 불복을 외치고 있고, 지도부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을 보면 대선 불복의 불을 지펴도 되는지 민심의 간을 보는 할리우드 액션이란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날엔 두 의원에 대한 제명결의안 제출을 주도했고, 이날도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앞장서서 확전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당 원로격인 중진들의 의견은 달랐다.

 7선의 서청원 의원이 나섰다. 그는 “최근 야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그분들의 인격을 의심하게 할 정도”라면서도 “개인의 자질 문제로 (여야) 4자 회담을 통해 성사시킨 정국 정상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여당으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도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언은 완곡했지만 당 지도부의 강경론과는 다른 ‘포용론’이었다. 6선의 이인제 의원도 북한의 장성택 실각 사태를 언급하며 “여야 간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폭넓은 대화와 협력을 키워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노력을 지도부에서 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 후 서 의원은 발언 배경에 대해 “모처럼 국회가 정상화됐는데 돌출 변수로 국회가 어그러지면 박 대통령과 여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역공을 시도했다. 김한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의원 제명안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을 증명하려고 한다”면서 “어떻게든 정쟁의 불씨를 살려가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양승조 의원의 진심어린 충고를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해 국민의 마음에 격앙된 분노를 심었다”면서 경질을 요구했다.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이정현 심기수석께서 ‘테러, 암살’ 폭언을 하면서 감정이 격앙되어 울컥하셨다고.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처럼 구시면 곤란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이정현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가지고 인신비방을 하면 나중에 그분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아서 해명을 한다”며 “첫째, 저는 울먹인 적이 없다. 둘째, 저는 내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하나 “새누리당 155명 고발할 것”=대선 불복을 선언했던 장하나 의원은 자신에 대한 제명안 제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황우여 대표가 제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징계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의원 15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명안에서 나를 ‘부정경선의 수혜자’로 주장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호·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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