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편의 등을 봐주는 대가로 하도급업체에서 거액을 받은 아파트 건설사 임직원들이 적발됐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업체는 재하도급 업체에서 공사비를 부풀린 뒤 돈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응석)는 11일 하도급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모 건설회사 대리 김모(38)씨 등 5개 건설회사 임직원 6명을 구속 기소하고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받은 돈은 1인당 1500만∼2억2800만원이다. 적발된 건설사는 모두 2013년 기준 국내 도급순위 100위 안에 들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재하도급 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 39억원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건축내장재 업체인 H사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 대기업 계열사인 H사는 국내 5대 건축자재 제조·시공업체 중 한 곳이다.
김씨는 H사에서 총 공사금액의 1%를 받기로 하고 자신의 회사가 전남 순천에 짓고 있던 아파트 내장재의 예정낙찰가격을 미리 알려줬다. H사는 80억원의 공사를 따냈으며 김씨는 8400만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과장 송모(48)씨는 “입찰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H사에서 6600만원을 받았다. 송씨는 검찰이 누나 명의의 계좌에 있는 3억원(뇌물 추정)의 출처를 묻자 “재활용품을 버리다가 현금이 든 상자를 발견해 입금한 것이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돈을 잘 줍는다”고 주장했다.
H사에 로비자금을 상납해 온 재하도급 업체 20곳 중 7곳은 부도처리됐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