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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 여심 훔친 '패션 한류' 국내로 역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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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오즈세컨’이 토종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롯데·신라 면세점에 입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명품 브랜드 `막스마라`와 나란히 있는 오즈세컨 매장 앞을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SK네트웍스]

토종 여성복 브랜드가 해외에서의 인기를 업고 국내 면세점으로 역진출했다. 최근 롯데·신라면세점 본점에 ‘오즈세컨(O’2nd)’ 매장이 처음 들어섰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다. 수입 브랜드가 주축인 면세점에 토종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면세점 박미영 MD팀장은 “오즈세컨이 면세점 주력 고객인 중국 여성에게 매우 인기가 많아 수입브랜드 사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즈세컨은 중국 주요 백화점에서 여성복 부문 매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여성복 최초로 17개국 진출, 국내 패션브랜드 최초로 미국 3대 고급백화점 입점 등 오즈세컨의 ‘패션 한류’는 독보적이다. 올해 해외 매출 규모는 750억원으로 국내 매출(850억원)과 엇비슷하다. 북미·아시아·유럽은 물론 레바논·쿠웨이트 등 중동지역, 러시아와 조지아 등 동유럽 지역까지 진출했다. 올 4월 내놓은 컬래버레이션(협업) 원피스는 세계 13개국 1000여 개 유니클로 매장에서 판매됐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중국 시장 진출 4년 만에 매출 최상위권 브랜드가 됐다. 2011년 미국 바니스뉴욕 백화점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버그도프굿맨·니만마커스 백화점까지 잇따라 입성했다. 지난해 국내 여성복으로서 최다인 8개국에 진출했는데 1년 만에 그 기록을 17개국으로 늘렸다. 원래 오즈세컨은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를 만든 강진영 디자이너가 1997년 출시한 세컨드 브랜드다. 2008년 SK네트웍스가 인수했다. 해외 인기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인수 당시(30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SK네트웍스의 조준행 패션본부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이고 위트 있는 ‘오즈세컨 스타일’로 디자인 경쟁력을 높인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인수 이후에도 디자이너 브랜드 특유의 개성을 계속 살렸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 첫 단계부터 고급 백화점만을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조 본부장은 “중국의 유명 백화점에 선별 입점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며 “특히 미국 진출 첫 해에 바니스뉴욕에 입점하면서 전세계 바이어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와의 협업도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 포미체티가 미국 바니스뉴욕 백화점 편집 매장에 걸려있던 오즈세컨 옷을 보고 접촉을 해 온 데서 시작됐다.

 국내 패션 브랜드는 패션쇼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즈세컨은 뉴욕 현지에 패션법인을 열고 업계 관계자와 접촉해 백화점을 비롯한 시장 진출부터 시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패션 중심지에서 쇼를 여는 대신 제품전시장(쇼룸)을 운영하며 세계 각지에서 온 패션바이어를 상대로 홍보활동을 한 것이 17개국 진출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바이어와 손잡고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은 상표 디자인 하나까지 달리하는 ‘현지화’로 이어졌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왕관 문양이 들어간 화려한 상표를 쓰지만, 뉴욕 바이어의 의견에 따라 나머지 시장에서는 담백한 글씨체로 바꿨다.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유통도 달리한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독립매장으로 운영하지만, 나머지 해외 시장에서는 백화점이 직접 제품을 매입해 편집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에 맞춰 도매(홀세일)로 판매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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