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의 실체적 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권력의 역학구조가 양극 대립의 냉전단계에서 다원화된 해빙단계로 전환함에 따라 27년간의 남북한의 단절상태도 접촉과 대화의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 경우의 대화는 이념과 제도상의 이질적인 것을 융화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적인 것의 존재를 전재로 하는 성질의 것이므로 상호 접촉이라고 표현함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남북한간의 접촉을 계기로 하여 북한 공산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자못 높다. 그 관심의 영역도 권력구조나 사회 형태에 관한 것부터 증오나 인도문제에 관련된 것까지 실로 다기롭고 광범하다. 이질적인 것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이상, 이토록 접근의 각도와 방법이 분명치 못하다면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벽에 부딪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공산사회이며 그 사상의 근간은 유물 변증법과 유물사관이다. 그들은 인문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고, 그 사회적 존재가 인문의식을 결정하며 사회적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관계라고 한다. 그리고 그 생산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물적 생산력과 그에 대응한생산관계의 전체가 사회의 경제구조를 형성하고, 이것이 특정의 사회의식의 형태-법적·정치적 상층건축의 실체적 기반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물적 생활의 생산조건이 사회적·정치적·정신적 생활과정 일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물적 생산력과 사회적 생산 관계의 대립에서 변증법적인 발전을 찾는다.
이와 같은 놀리와 사상에 근거하여 북한 사회는 운영되고 조직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 사회의 실체적 기반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경제의 물가 생산력의 발전단계와, 그에 대응한 북한 생산관계-영리조직을 구명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러한 기본적 접근없이 북한 권력층의 의도가 어떻다든지 북한의 대담 전략이 어떻다든지 하는 것은 그들 표현대로 결정적인 기본 요인의 해명없이 의식의 동향만을 점치는 결과가 되기 쉽다.
무력남침의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 침남정략의 완급을 결정하는 동인은 무엇인가. 국제 교역과 국제 외교의 폭과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의 결정적 요인은 북한사회의 경제적 기반-물적 생산력의 수준인 것이다.
남북 접촉을 비롯한 북한의 최근의 모든 경향은 그들의 물적 생산력 수준과 그들의 생산관계의 조직력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토대로 새서 선택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연구의 접근의 시점과 방법도 그 기본을 북한 경제에 관한 분석에 우선두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해방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에 관한 연구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제 정치적 접촉까지 시작된이상 북한 경제와 그 관리해제에 관한 연구에 보다 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겠다. 자료이용에서부터 연구성과의 공표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제한보다는 국가적 지원을 이낌없이 하여 북한 실태의 파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